본문 바로가기

혼자만 김일성 배지 안 단 이설주

중앙일보 2013.12.19 01:30 종합 8면 지면보기
북한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을 비롯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왼쪽) 등은 모두 가슴에 배지를 달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247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 휘장(배지)을 달고 다닌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의 표시다. 하지만 예외가 한 사람 있다. 바로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다.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62일 만에 공식석상에 재등장한 이설주의 가슴엔 배지가 달려 있지 않았다.

당·수령에 대한 충성 표시
2주기 참배자들 모두 착용
이설주만 행사 따라 제각각
"자유분방한 성격 탓인 듯"



 김일성 배지 없이 등장한 또 한 사람은 처형 직전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장성택의 마지막 모습은 두 손을 포승줄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인 장면이었다. 그의 가슴에는 늘 달고 다니던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없었다. 역모를 꾀한 혐의로 처형된 만큼 ‘성스러운’ 배지를 달 자격조차 박탈당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설주는 다르다. 지난해 7월 6일 이설주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참관하면서 처음 공식석상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나왔다. 하지만 같은 달 25일 평양 능라유원지 방문부터는 배지가 사라졌다. 짧은 검정 치마에 녹색 블라우스 차림의 이설주는 배지 대신 꽃 모양의 브로치를 오른쪽 가슴에 달고 나왔다. 이후 이설주는 하이힐을 신고 머리핀을 착용하는가 하면 인민복이 아닌 바지를 입고 명품 가방을 드는 등 파격적 행보를 계속했다.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지 두 달여 만인 17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식에 모습을 보인 이설주는 김정은과 함께 다른 당·군·정 간부 앞 열에 서서 퍼스트레이디로서 공고한 지위를 보여줬다. 금수산태양궁전 계단으로 올라갈 때는 김정은의 팔짱을 끼는 모습도 보여 감금설 등 세간의 추측을 불식하기도 했다. 김정일 2주기인 만큼 배지를 착용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설주는 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은 1년 이상 이설주의 배지 착용 유무에 주목했지만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젊은 이설주가 개성을 추구하고 주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패션에 신경을 써 온 것 같다. 배지 착용은 자유분방한 이설주의 성격 탓이 아닌가 싶다”(정부 관계자)는 정도의 관측만 내놓고 있다.



 ◆김경희, 김국태 장례식도 불참=이설주의 배지 미착용과 함께 관심을 모은 건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의 추도식 불참이다. 김경희는 김정일 2주기 추도대회는 물론 16일 국장으로 치러진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례식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김국태 장례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등 참석자 명단을 전했지만 김경희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김경희가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는 것과 관련해 장성택 숙청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측과 건강 이상설 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북한과 같은 봉건사회에선 남편이 처형됐는데 부인이 공식 행사에 나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가 ‘백두혈통’으로서의 상징성만 갖고 있을 뿐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실질적인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정원엽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관련기사

▶ 우상화 행보 힌트? 北 2014 달력보니

▶ "술 마시다 건배사가…" 장성택 측근 4~5명 추가 처형설

▶ "김정은, 의도적으로 눈썹 절반으로 민 이유는 괴팍한…"

▶ "中으로 탈출한 張측근, 핵자료로 국정원과 망명협상"

▶ "내각 뜬 별 1호 박봉주, 경제 안 풀리면…" 공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