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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최근 4년 취업률 4년제 중 1위 한국기술교육대 이기권 총장

중앙일보 2013.12.19 01:06 종합 16면 지면보기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 캠퍼스에 들어서면 ‘실사구시(實事求是)’라고 적힌 돌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업이나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건학이념이다. 한기대는 2010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졸업생들의 평균 취업률이 81.4%를 기록했다. 전국 4년제 대학 중 1위다. 지방에 위치한 전교생 4200여 명의 작은 대학이 서울의 쟁쟁한 대학들을 제치고 취업률 1위를 한 비결은 뭘까. 지난 17일 이기권(56) 총장을 만났다.

"실습 반 이론 반 수업, 10명 중 9명 전공 살려 취업"



대기업·공무원 60% 진출, 취업 질 달라



 -취업률을 어떻게 끌어올렸나.



 “기업이 요구하는 실용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데 집중한다. 다른 대학의 졸업이수학점이 보통 130학점 정도인데 우리는 150학점이다. 모든 수업은 이론과 실습이 50대 50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3학점짜리 한 과목을 이수하려면 주당 이론 2시간, 실습 2시간을 들어야 한다. 다른 대학보다 수업량이 30% 이상 많다. 오후 6시쯤 수업이 끝나도 밤 늦게까지 과제와 실습이 이어진다.”



 -취업의 질도 좋은가.



 “대기업·공기업·공무원 등 이른바 선망 직종에 취업하는 비율이 60%(대기업 46%·공기업 및 공무원 14%)로 매우 높다. 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이 서울 소재 대학은 평균 35%, 지방국립대는 평균 26% 정도다. 또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갖는 비율(전공 일치도)이 89.1%나 된다. 학생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배운 전공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이 총장의 말처럼 한기대의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시작한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도(IPP: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다. 3학년 때 6개월, 4학년 때 4개월간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기업체에서 현장경험을 쌓게 하고 최대 16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이론 강의는 방학 때 보충한다. 지난해 KT 등 40개 기업에 120명을 파견했고, 올해는 250명이 LG전자 등 74개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내년에는 3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장기현장실습제도가 다른 대학의 실습과 다른 점은.



 “다른 대학의 실습은 대체로 기간이 두 달 정도로 짧다. 기업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기 어렵고 학생도 일을 배우기에는 부족하다. 우리는 현장실습 기간이 10개월로 훨씬 길다. 보통 기업에서 신입사원 한 명을 교육하는 데 1년 이상의 기간과 8000만원의 비용을 투자한다고 한다. 장기현장실습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취업 전 실무경험을 쌓고 기업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 실습기업을 발굴하고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전담교수 6명을 두고 있다.”





10개월간 기업 현장체험으로 경쟁력



 -교수들에게도 현장경험을 강조한다는데.



 “교수를 채용할 때 3년 이상의 현장경험을 필수로 요구한다. 안식년 제도 비슷하게 교수들에게 3년에 한 번씩 ‘현장연구학기’도 준다. 교수들이 한 학기 동안 기업과 함께 연구도 하고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현장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대학은 드물다.”



 -학생들은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기업은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미스매치(mismatch)’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대학이 학생들에게 세 가지를 가르쳐야 한다. 첫째는 실용적 전문성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과 대학 교육이 괴리돼선 안 된다. 둘째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이다. 단순한 스펙이 아닌 끼와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셋째는 더불어 사는 능력과 공동체정신이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 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궁극적인 창의성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나온다. 매주 수요일 오후 ‘인문마당’을 열고 있다. 모든 학생이 전공수업 대신 인문학 강좌·독서토론·봉사활동 등에 참여하게 한다. 2006년 시작된 ‘휴먼 아카데미’ 강좌에는 정호승 시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산악인 엄홍길씨 등 60여 명의 명사가 거쳐 갔다. 지난해 9월에는 ‘창의융합제조센터’도 문을 열었다.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각종 공학기기를 직접 써보며 함께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빡빡한 수업과 장기간의 현장실습, 까다로운 졸업요건에도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기대는 지난 4월 본지가 대학평가 상위 30위 안에 든 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했다.



 -학생 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뭔가.



 “교직원·교수들에게 ‘항상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얘기한다. 한기대는 다른 학교보다 공부량이 많다.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다. 교수와 교직원들이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고 고민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한 해 졸업생이 650명 내외인데 교수들이 학생 개개인별로 취업컨설팅과 경력관리를 해준다.”





근로자 재교육 온·오프라인 융합할 것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 나.



 “재학생 1000여 명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다. 학생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미리 신청을 받아 학생들과 일대일 상담도 한다. 우리 학교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1500원짜리 라면 한 그릇, 2000원짜리 떡볶이 1인분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예고 없이 교내 분식센터에 찾아가 라면과 떡볶이 등을 사주는 ‘골든벨’ 행사를 연다. 이제는 소문이 나서 갈 때마다 400~500명씩 몰린다.(웃음)”



 한기대는 내년 초 ‘비전 2020’ 발표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7년 뒤 한기대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비전 2020’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



 “우리의 목표는 국내 최고의 공학교육 대학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융합교과목을 신설하고 인적자원개발(HRD) 과목을 늘릴 방침이다. 또 기업에서 일하다 대학에 온 근로자들을 위한 재교육에 주력할 생각이다. 지금도 매년 700개 기업 2만 명 정도가 교육받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섞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 생각이다.”



 -교육부는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해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대학의 정원을 줄일 방침인데.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를 함께 놓고 평가하면 지방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 평가하고 지방의 특성화된 대학들을 키워줘야 한다. 단순 경제논리로만 봐선 안 된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이한길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이기권 총장=1957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광주고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용노동부에 30년 가까이 몸담았다. 2011년 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1990년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 근무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2000㎞의 사막 도로를 통해 교민 2500명을 철수시킨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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