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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건설 백전노장들, 이라크서 다시 뭉쳤다

중앙일보 2013.12.19 00:54 경제 6면 지면보기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김정기 반장(58·오른쪽 둘째)이 신입사원인 박재한씨(20·오른쪽 셋째)와 직원들에게 정수장 설비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화건설]


17일 오전 6시(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외곽의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현장. 한화건설 직원 300명 가운데 최고령인 이문범(69) 반장이 공사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는 매일 다른 직원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다니던 건설회사에서 4년 전 퇴직한 그는 올해 한화건설에 채용됐다. 이라크·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29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콘크리트 배합시설을 관리한다. 그는 “이라크 파견 채용 공고를 보자 다시 열정이 타올랐다”며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를 젊은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건설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
정년퇴직 후 해외 경험 살려 재취업
한국 근로자 300명 중 50여 명 '실버'
젊은 직원들엔 기술 등 멘토 역할도



 이곳의 이용우(62) 팀장은 통합실험실을 이끌고 있다. 1982년 리비아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해외건설 현장을 누빈 그는 2008년 정년퇴직했다가 올해 한화건설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자재 관리와 지질 검사를 총괄하는 게 그의 일이다.



 해외건설 공사 현장에서 60대 ‘실버세대’가 맹활약하고 있다. 현역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인력 수요가 늘자 현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한화건설 300명, 협력업체 300명 등 모두 6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내년 1월 착공에 앞서 건설부지를 닦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하는 시설을 짓고 있다. 이 중 50여 명은 건설업계 정년인 55세 이상이다. 대부분 80년대 중동 건설 현장을 누빈 베테랑이다. 주로 기계·건축·자재 등 분야에 배치돼 앞으로 평균 2년6개월간 해외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협력업체에도 실버인력이 눈에 많이 띈다. 전기공사 전문업체인 조일ECS에서 파견된 박병권(58) 현장소장도 그중 한 명이다. 7년 넘게 해외 현장에서 일한 그는 올 2월 채용돼 이곳으로 왔다. 신도시에 들어서는 자재 생산공장의 전기공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쌓아 온 업무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며 젊은 직원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실버 근로자 한 명당 두세 명의 신입사원을 맡아 관리한다. 올 9월 한화건설에 입사한 신입사원인 김준영(20)씨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노선배님들이 가르쳐 준 노하우가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신도시 건설공사가 착공에 들어가 본궤도에 오르면 실버 인력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건설은 내년부터 현장 인력의 10%(100여 명) 이상을 중동 건설 경험이 있는 50~60대로 충원할 계획이다. 한화건설 신완철 기획실 상무는 “세대가 어우러져 빚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신도시 공사를 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반성장 철학인 ‘함께 멀리’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사업지원본부장은 “돌발상황이 많은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실버인력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경쟁력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비스마야(Bismayah) 신도시



한화건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개발하는 신도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비슷한 1830만㎡ 규모로 주택 10만 가구가 들어선다. 사업비는 총 77억5000만 달러(약 8조원)다. 한화건설은 내년 1월 착공해 2015년부터 매년 2만 가구씩 5년간 지을 계획이다. 협력업체 100여 곳을 포함해 1500여 명의 국내 인력이 현지에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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