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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해외자원 개발 헛발질 … 올해 3400억 적자

중앙일보 2013.12.19 00:48 경제 3면 지면보기
#1=2009년 12월 18일 한국가스공사 이사회는 캐나다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지역의 광구 인수를 결정했다. 2개 광구를 일괄 매수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다는 자문사의 권고가 있었지만 캐나다 엔카나사가 분리 매각을 거부하자 일괄 인수가 결정됐다. 총 투자금액은 27억8500만 달러. 지금까지 혼리버 광구에 6억7700만 달러, 웨스트컷뱅크에 2억5200만 캐나다달러가 투입됐다.


셰일가스 등으로 천연가스값 급락
캐나다 광구 등서 3000억대 평가손
12억 달러 투자한 호주서도 손실
세계시장 흐름 못읽고 무리한 투자
부채 갚으려 광구 헐값 매각 상황

 #2=2010년 가스공사는 호주 GLNG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호주 퀸즐랜드 내륙에 위치한 석탄층 메탄가스를 개발해 호주 동부 커티스섬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액화·수출하는 사업이다. 가스공사는 프로젝트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2015년부터 20년간 연간 350만t 규모의 LNG를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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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사업은 당시 ‘에너지 자립’을 앞당기는 모범 사례로 홍보됐다. 이명박정부가 한창 에너지·자원외교에 주력할 때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이들은 가스공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광구를 비싼 값에 사들였지만 곧바로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광구 가치가 급락해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점이 안 좋았다. 가스공사가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하던 때는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때였다. 2008년 여름 천연가스 가격은 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14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시작되며 천연가스 값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지난해 봄에는 2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다소 반등했지만 4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가스값 하락은 광구 가치 하락으로 연결됐다. 가스공사는 16일 장 마감 뒤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정정 공시했다. 순이익은 당초 2993억원 흑자에서 3422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캐나다 혼리버 광구 등에서 발생한 3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이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앞서 올 1분기에도 가스공사는 웨스트컷뱅크와 우미악 광구에서 2100억원의 평가손을 반영했다. 2분기에도 동티모르 광구에서 생긴 손실액 277억원이 계상됐다. 대규모 적자 소식에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번 주 들어 사흘 연속 하락하며 6.87% 떨어진 6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직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복병은 호주GLNG 프로젝트다. 당초 인수 금액이 6억1000만 달러였지만 이후 개발이 진행되면서 12억 달러 이상의 투자비가 더 소요됐다. 이 투자도 가스공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가 민주당 오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현재가치는 투자금액 대비 7억6000만 달러(약 8000억원)나 낮다. 오 의원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무리한 투자였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이명박정부 5년 동안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으로 가스공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9조8000억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이 중 5조6000억원만 회수 가능하고, 4조4000억원은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공채는 빚더미에 올랐다. 2007년 말 8조7000억원이었던 가스공사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32조3000억원에 달한다. LH와 한국전력에 이어 부채 증가폭이 세 번째로 큰 공기업이다. 부채비율은 385%에 달했다.



 결국 막대한 부채 때문에 가스공사는 비싸게 사들인 광구를 싸게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9월 중장기 채무관리계획에서 2016년까지 부채비율을 246%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공기업 정상화 방안에서 기존 계획 대비 부채 감축 속도를 30% 이상 높여 잡을 것을 주문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에너지 자립이라는 정책 목표에 맞춰 공격적으로 광구에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면서 “당시 해외 메이저 회사들도 이런 동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할 만큼 빠른 변화가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스공사의 독점체제가 가져온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지금 같은 가스시장의 독점체제보다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고, 도입단가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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