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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일 대선 1년 … 이제 '미래'를 경쟁할 때

중앙일보 2013.12.18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내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 대선의 1주년이다.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이 드러나면서 한반도에는 불안한 안개가 깔린다. 경기 회복은 더뎌 서민·중산층의 삶은 팍팍하다. 중국의 패권적 팽창과 일본의 배타적 재기(再起) 사이에 한국은 비좁게 끼여 있다.



 국내외 상황이 이렇게 중한데 대선 1주년이건만 한국은 여전히 대선의 유령에게 잡혀 있다. 매일매일 갈등이 커진다. 혼란의 핵심은 승자와 패자가 각자의 길을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승자는 51.6%, 패자는 48%를 얻었다. 분명하게 경기가 끝났는데 양자는 다시 싸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해선 안 된다. 물론 사건이 대선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야당 쪽에서도 일부 전공노·전교조 조합원이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군’의 정치 개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어는 현대사의 상처에 연결돼 있다.



 48% 중 상당수의 정서와 문제의식을 박 대통령은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 북한 정세가 위중하다 해서 국정원 개혁에 소홀해선 안 된다. 오히려 더 엄정한 수술로 대북 정보에 관한 한 국정원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도 개혁 못지 않게 정권이 국정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승자는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관대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박 후보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었다. 대선 후에는 경선 부정과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얽혀 있다. 하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여럿을 가진 엄연한 대한민국 정당이다. 그런 정당의 해산을 청구하는 중요한 일을 대통령은 외국 방문 중에 결재했다. 이런 자세는 승자가 너무 패권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문재인 의원과 지지세력은 최근 대선에 재도전한다는 사실상의 출정식을 가졌다. 사실 최근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그래서 국정원 개혁마저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대선 불복 움직임을 풀 당사자는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문 의원이다. 경쟁의 한 당사자가 분명히 승복을 선언한다면 이런 혼란은 없을 수 있다. 이제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20세기 이래 세계에서 가장 억울한 대선 패배자는 2000년 미국의 앨 고어였다. 재검표가 끝까지 진행됐다면 그는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고어는 2004년 대선 때 유력한 민주당 후보였다. 그러나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이 다시 나서면 미국은 재검표 파동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문 의원은 고어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패했지만 민주당은 국정의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사실상 의회 권력의 절반을 가진 것이다. 이제 대선 의혹들은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당은 미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당이 변하지 못하니 문재인과 안철수가 다시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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