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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문재인은 2017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3.12.18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첫인상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사람을 처음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되겠느냐만, 처음 형성된 인상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지난 15일 북콘서트에서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저의 운명”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듣고 격세지감을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4월 중순이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노무현 후보의 일대기를 취재하던 과정에서였다. 부산지법 앞에 있는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소박하면서도 강직한 인상이었다. 1980년대 노 후보와 함께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던 시절의 뒷얘기를 듣고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노 후보님이 대통령 되시면 변호사님도 청와대에 따라가시겠네요?”



 덕담 비슷한 말이었는데 의외로 그의 반응은 단호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저는 정치 같은 거 절대 안 합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의 표정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 뒤로 문 의원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 그래서 정치는 절대로 안 한다는 그의 단언이 유독 뇌리에 깊이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에 기용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았을 때도 그가 정치를 한단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심지어 지난해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도 어딘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게 다 첫인상이 주는 착시효과였을까.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요즘 문 의원의 발언을 보면 그는 확실한 프로페셔널 정치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대선에서 졌으면 대개 1~2년 정치권을 떠나 있는 게 상례였지만 그는 거꾸로 4년이나 남은 2017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제 그에게 적어도 ‘권력의지 박약’을 탓할 순 없게 됐다. 문 의원이 2017년 대선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은 대선 당일 날씨를 예상하는 것만큼이나 현재로선 무의미하다. 그가 민주당 후보가 될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선을 치르면서 그가 정치적 통찰력을 키운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 의원이 최근 펴낸 대선회고록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억울하게 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거기서 그쳤다면 아무런 발전이 없었을 텐데 선거 주체의 잘못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분석을 곁들인 점이 눈에 띈다. 그는 대선 패배의 전술적 요인으로 ▶50·60세대의 외면 ▶안보 이슈에 대한 소극적 대응 ▶성장 담론 부족 ▶종편 출연 거부 ▶싸가지 없는 진보의 이미지 등을 거론했다. 지난해까진 들을 수 없던 얘기다. 앞으로 그런 실책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그가 대선 불복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건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2017년에 그와 경쟁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다.



김정하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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