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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상임금 확대로 전통시장 위기

중앙일보 2013.12.18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임영균
광운대 교수·경영학
경기침체가 너무 오래 지속돼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일까. 손님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우울해하는 전통시장 상인이 많이 보인다. 전통시장당 하루 평균 매출은 5년 전인 2008년 5358만원에서 지난해 4502만원으로 감소했다. 고객당 구매 액수도 2만1600원에서 1만5900원으로 26.3%나 감소했다. 그나마 정부가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전통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선 결과 점차 고객의 발길이 늘어나 하루 평균 고객 수는 2008년 2486명에서 2012년 2824명으로 완만히 증가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전통시장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오게 하고 전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체험하게 한다. 그런데 올 들어 온누리상품권의 판매 실적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는 엉뚱하게도 통상임금 문제가 있다. 최근 일련의 대법원 판결 동향을 보면 통상임금이 확대되는 추세다. 월급·주급·일당·시급 등이 대표적인 통상임금인데 그 외에 육아수당·명절귀향비·식대 등도 1990년대부터 통상임금으로 간주되고 있다. 2012년 3월에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것인가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19일로 예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앞으로 통상임금 관련 모든 소송에서 재판부의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만약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기업이 지급해야 할 비용은 약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나 고용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나아가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 등 일부 계층이 주된 수혜 대상이 되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대기업의 비용 부담이 전가돼 오히려 지금보다 더 근로조건의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통상임금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확대 구매해온 온누리상품권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복리후생비 성격으로 비정기적으로 종업원에게 지급해 온 온누리상품권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덩달아 시간외 수당 등 각종 수당이 증가해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지역에서 산출되는 상품을 영세한 상인과 서민계층이 만나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신업태의 출현, 소비 패턴의 변화 등으로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반시설·경영기법·상인조직 등 기반 인프라가 여타 유통업태와 비교해 여전히 취약하며 이를 해결할 자금이나 인력이 없어 자체적인 해결이 어렵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제 기능을 수행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노동시장에 상당한 파문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전통시장이야말로 지역경제의 한 축인 동시에 한 나라의 사회안전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의 구매와 사용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 부여,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구매 권장 등 적극적인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서민경제의 표상인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상인의 시름이 덜어지길 기대한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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