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 MD에 맞서 … 러, 동유럽 한복판에 핵미사일 배치

중앙일보 2013.12.18 00:30 종합 8면 지면보기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배치한 것이 확인되면서 동유럽이 군사적 긴장에 휩싸였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따로 떨어져 다른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러시아 영토다. 본토로부터 서쪽으로 500㎞ 떨어진 곳에 있다. 남북부와 동부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 둘러싸여 있고 서부는 발트해에 접해 있다.

나토 일부 회원국이 사정권
미 "요격미사일 폴란드 배치"
군사적 패권 놓고 충돌 우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16일(현지시간) “정부 관리들을 통해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M 탄도 미사일이 배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 미사일이 1년 반 전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틀 전 독일 신문 빌트는 “10기 이상의 이스칸데르-M이 칼리닌그라드에 포진한 것을 독일 정보기관의 위성사진 판독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고리 코나셰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서부군단 관할지역에 해당 미사일을 배치한 것은 맞다”며 우회적으로 보도 내용을 시인했다. 칼리닌그라드는 서부군단에 속한다. 그는 “이 조치는 어떠한 국제법이나 조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스칸데르-M은 2006년 실전 배치에 들어간 최신예 무기다. 발사대가 대형 운송차량에 붙어 있어 기동성이 뛰어나고 표적에서 7m 이상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 유효 사거리는 400㎞가량이지만 탄두 중량을 줄일 경우 480㎞ 거리의 표적도 공격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폴란드·라트비아·벨라루스의 주요 지역들이 사정권 내에 든다. 칼리닌그라드의 이스칸데르-M에 핵탄두가 실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미사일에는 재래식 탄두뿐 아니라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



 러시아의 동유럽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한 경고와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패권 유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유럽에 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다. 2018년에는 폴란드에 중단거리 요격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MD가 러시아의 핵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이에 반발해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대통령이었던 2011년 “동유럽에 들어설 MD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서부지역에 포진시키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즈베스티야의 보도 뒤 미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러시아 정부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에 따른 주변국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해당 지역의 불안정을 촉발하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정부는 칼리닌그라드의 이스칸데르-M 배치 사실을 오래전에 포착하고 러시아에 항의해왔다. 라트비아의 아르티스 파브리크스 국방장관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가 누가 이 지역의 보스(boss)인지를 확인해 보겠다는 심보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