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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 기득권 다 지웠다" … 신발끈 고쳐 맨 정성룡

중앙일보 2013.12.18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성룡(수원)이 눈덮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배경으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최근 그는 김승규(울산) 등 후배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정시종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논란의 수문장’ 정성룡(28·수원)과 마주한 곳은 논산 신병훈련소 앞이 아니었다. 그는 12일 입소해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마음을 바꿨다. 대신 13일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열린 골키퍼 클리닉(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주최·키퍼2004 주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 대표팀 골키퍼 주전 경쟁 선언
슬럼프, 월드컵 전에 와 되레 다행
"김승규 성장은 내게도 반가운 일"
군사훈련 연기하며 전지훈련 준비



 K리그 정규시즌을 마친 후 두문불출하던 정성룡은 보름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음고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 얼굴이 평온했고 눈빛도 생기를 되찾았다. 정성룡은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본의 아니게 많이 지체했지만, 이제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시동을 걸어야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 김승규(23·울산)와의 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에도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어떻게 지냈나.



 “팀 동료이자 절친한 후배 골키퍼 이상기(26)와 훈련을 하고 있다.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꾸준히 다니며 골키핑에 필요한 여러 근육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 때로는 동네 중·고생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면서 기분 전환도 한다. 동네축구에서는 내가 골을 넣는 역할이다.(웃음)”



 -훈련소 입소를 연기했다.



 “한 달쯤 머릿속에서 축구를 지우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훈련소 입소를 준비했다. 하지만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년 1월 13일 시작하는 축구대표팀 해외 전지훈련에 아무런 준비 없이 참가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올해 들어 정성룡답지 않은 실수가 많았는데.



 “(한참 뜸을 들인 뒤) 딱히 ‘이것 때문’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떠오르진 않는다. 꽤 오랫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경기력에 대한 주위의 우려가 더해져 어깨가 무거워진 건 사실이다. 가급적 귀를 닫고 내게 도움 되는 이야기만 선별해 들으려 애썼다.”



 -이젠 마음의 안정을 찾은 건가.



 “그동안 주위 분들이 해주신 조언을 모아보니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는다’는 것과 ‘지금 일찌감치 하향곡선을 경험하는 게 오히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



 -힘든 시기에 어떻게 위안을 얻었나.



 “ 역시나 가족밖에 없더라. 가족은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진정한 위로를 주는 존재다. 쉬는 동안 아내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



 - 대표팀 후배 김승규가 무섭게 성장했다.



 “(김)승규가 성장하는 건 나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좋은 경쟁자가 있어야 나도 더 발전할 수 있다. 승규와 내가 라이벌 관계로 부각되다 보니까 우리 둘이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걸로 아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골키퍼의 세계를 잘 몰라서 하는 오해다. 골키퍼는 외로운 포지션이라 서로 믿고 의지한다. ”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나.



 “승규뿐만 아니라 이범영(24·부산)도 재능이 뛰어나고 빠르게 성장하는 후배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할 때도, 또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지금도 내가 두 동생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결국 나 자신을 이겨야 경쟁자를 넘을 수 있다. 무의식중에라도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라는 기득권에 기댄 부분이 있었다면 그마저 깨끗이 지우겠다. 모든 것을 비우고 경쟁하겠다.”



수원=송지훈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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