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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만 증폭 … 유명 연예인 성매매 이상한 수사

중앙일보 2013.12.18 00:22 종합 12면 지면보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 연예인 수십 명 성매매 사건이 흐지부지 끝날 전망이다. 검찰이 연내 수사를 끝낼 방침을 확정해서다.


안산지청, 연내 마무리한다는데
2주일 동안 새 증거 찾기 힘들고
입건자도 없어 무혐의 종결 가능성
대검서도 "실체 확실치 않은 수사"
검찰이 악성 소문의 진원지 된 셈

 이 사건을 맡아온 수원지검 안산지청(지청장 김회재)은 17일 “올해 안에, 아니면 그 전이라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번지는 등의)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연내 수사 종결 방침에 따라 이 사건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무혐의 종결)이 높아졌다. 현재 입건된 인물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 브로커로 지목해 검찰이 지난 8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A씨에 대해서는 두 번 모두 영장이 기각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증거가 부족했던 때문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혐의를 입증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러고도 넉 달이 지난 동안 다른 인물에 대해 추가 혐의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10일 남짓 남은 연말까지 검찰이 새 증거를 잡고 피의자를 확보해 기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검찰은 브로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도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미인대회 출신 톱 탤런트 B씨와 수년 전 주연급으로 활동한 탤런트 C씨 등 20여 명 여성 연예인이 많게는 억대를 받고 벤처 사업가나 대기업 고위 임원 같은 재력가를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었다.



 검찰 수사 소식은 순식간에 번졌다. 인터넷과 이른바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미인대회 출신 탤런트는 ○○○’ ‘또 다른 여배우는 △△△’ ‘브로커는 □□□’ 식으로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상털기식 소문이 퍼졌다. 1990년대 아이돌스타에 이르기까지 10여 명의 여성 연예인 이름이 인터넷상을 떠돌았다. 금세 초대형 스캔들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사를 총괄 보고받는 대검찰청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나왔다. “연예인 수사는 별 내용이 없다. 실체가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일선에서 수사를 하는 지청과 지휘부인 대검찰청 사이에 확연한 견해차를 보인 것이다.



 그 뒤에도 안산지청발이라는 정보가 계속 흘러나왔다. “○○섬의 호화 펜션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 “일부 연예인은 중국 원정 성매매를 했다” “검찰이 성매수를 한 남성 2명의 신원을 확보해 곧 조사한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안산지청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든가 “그런 내용에 대해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수사 중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 말 못하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검찰이 부인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 소식은 언론과 인터넷,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타고 계속 확대됐다. 인터넷에서는 성매매 사실과 여배우 명단을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안산지청은 “연말 또는 그 전에 수사 종결” 방침을 밝혔다. 만일 최종 결론이 ‘무혐의’라면 검찰은 책임론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전모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여성 연예인의 실명이 인터넷상을 떠돌게 만든 장본인이 검찰이어서다. 구속 내지 입건 조치된 인물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불확실했던 검찰 수사 정보가 흘러나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상당수 여성 연예인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명지대 이종훈(52·법학) 교수는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라고 하더라’는 의혹만 증폭시키는 행보를 보였다”고 말했다.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헌법상 최고 수사기관이 ‘악성 소문’의 진원지가 됐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또 “혐의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 내용이 유출됐다면 검찰의 기밀 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하태훈(55·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정히 법을 집행해야 할 검찰이 피해자를 쏟아낸 꼴”이라며 “김진태 검찰총장이 ‘피의사실 유출을 통해 당사자를 압박하는 것을 지양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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