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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정부는 에너지절약 위해 백열등 퇴출 나섰지만

중앙일보 2013.12.18 00:20 종합 13면 지면보기
17일 서울 송파구 마천중앙시장 상인들이 백열등 아래서 영업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시장. 영하의 날씨로 한산한데도 시장엔 노란색 빛이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가게에 설치된 백열등 빛이었다. 점포들은 50~60cm 간격으로 백열등을 줄로 매달아 켜놓고 있었다. 청과물 가게 상인 한상우(40)씨는 “노란 백열등 빛은 과일과 채소를 맛깔나게 보이게 해준다”며 “매달 18만원의 전기세를 생각하면 LED램프로 바꿔야 하지만 백색의 LED 빛은 효과가 없어 백열등을 쓴다”고 말했다. 송파구 마천시장도 간간이 LED 램프가 보였지만 대다수는 백열등이었다. 생선가게 상인 황인섭(52)씨는 “겨울엔 백열등에서 나온 열기가 수산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며 “LED는 이런 효과도 없고 교체에 수십만원이 들어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전기 먹는 하마' 백열등 여전히 사용 … 전통시장 딜레마



 에너지 효율이 낮아 정부가 퇴출키로 한 백열등이 전통시장에선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2008년 12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차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에서 백열전구 퇴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70W 이상 150W 미만 백열등의 생산·수입이 금지됐다. 내년 1월부터는 25W 이상 70W 미만 백열등도 시중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서울시 전통시장을 조사한 결과 2213곳의 점포에서 8425개의 백열등을 쓰고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길동·마천·잠실 새마을시장에선 백열등 사용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특히 소비전력이 큰 200W 이상 백열등(6909개·82%)이 대부분이었다. 150W 이상과 25W미만 백열전구는 퇴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재 사무관은 “퇴출되는 백열등은 가정 등에서 쓰이는 일반 조명용”이라며 “150W 이상 전구는 산업·어업용 수요가 있어 당장 규제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퇴출 정책이 오히려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상인들도 장기적으론 LED로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LED 가 고효율에 수명도 길어 백열등보다 유지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백열등은 LED에 비해 전력을 많이 먹는다. 백열등은 투입된 전력량 중 5%만 빛으로 쓰고 95%는 열에너지로 발산된다. LED는 최대 90%가 빛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한 푼이 아쉬운 상인들에겐 설치비용이 부담이다. 새마을시장 상인 김형준(44)씨는 “백열등은 개당 800원이지만 LED램프는 쓸 만한 게 3만~7만원으로 교체 비용만 약 8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육근목(61) 길동시장상인회장은 “지난 3월 한국전력에서 LED 램프를 2개씩 달아줬지만 12W짜리 중국산으로 성능이 시원찮아 백열등으로 바꾼 집이 많다” 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LED 램프 대체 보급지원사업을 벌여 올해 32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건국대 안형근(전기공학)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을 통해 상인들의 교체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이승호·장혁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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