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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비 4억 쓴 곳조차 모르고 … 직원 둘 한달 밥값이 380만원

중앙일보 2013.12.18 00:09 종합 16면 지면보기
2009년 설립된 서울 마포구 Y 재개발 조합은 은행 등에서 102억원을 빌렸다.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돈을 빌린 것도 문제가 됐지만 8억원은 조합장 개인 통장에 입금됐다. 조합장은 4억6000만원을 용도가 불분명한 곳에 썼다. 조합 공금이 조합장의 쌈짓돈으로 변한 것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 Y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설계비로만 25억6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재개발 조합 비리 적발
조합장, 쌈짓돈처럼 빼내 써
용역비 등 뻥튀기도 상당수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 실태 점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공무원 및 부동산 전문가 등 40명으로 꾸려진 합동점검반이 지난 한 달간 점검한 결과다.



 서울 서대문구 H 재건축 조합은 지난 한 해 동안 식대로만 4600만원을 썼다. 조합장과 직원 한 명을 포함해 조합 직원은 2명에 불과했지만 월급 110만원을 주고 조리사도 고용했다. 조리사 월급을 포함해 월 식대만 380만원에 달했다.



이 조합은 용역비도 부풀렸다. 설계 용역비로 3.3㎡당 12만2700원을 지출했다. 재건축 조합 평균설계비(4만8800원)보다 2.5배가 많았다. H 조합은 총회 의결 없이 설계자·정비업체·조합원들에게 무이자로 1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조합장은 조합 자금에서 3300만원을 마음대로 빌려 쓰기도 했다.



용역 항목을 쪼개는 방법으로 비용을 뻥튀기한 곳도 있었다. 용산구 N 조합은 철거 용역 항목을 도시가스(40억원)·전기(48억원)·상수도(59억원)로 쪼개 공사를 맡겼다가 적발됐다. 용산구청은 최근 N 조합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본지 12월 4일자 12면).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항목을 쪼개 부풀리는 건 조합들이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 중엔 조합 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노원구 S 재개발 조합은 사업 승인 이전부터 조합 자금 4억원을 운영비로 썼다. 사업 승인을 얻은 후에도 5년간 단 한 번도 조합원 총회를 열지 않고 운영비로만 5억원을 지출했다. 조합원 동의 없이 공금을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 년간 사업을 추진하지 않으면서 운영비를 지출한 조합도 적발했다”며 “앞으로 운영비 지출 기준을 마련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Y 조합처럼 조합장 개인 통장으로 조합비를 관리한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시에 제출된 조합 관련 서류를 조사한 결과 119개 재건축·재개발 추진위원회 중 33개만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나머지 86곳은 위원장 개인 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 추진위원회는 사업자 등록을 마칠 경우 위원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서울시는 비리가 드러난 조합에 대해선 경찰 등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부적절하게 지출된 조합 자금은 환수한다. 1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조합에 대해서는 운영비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현장 점검을 꾸준히 진행해 조합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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