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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확산 막기 머리 싸맨 유럽 … 스웨덴식 해법에 솔깃

중앙일보 2013.12.18 00:05 종합 23면 지면보기
프랑스와 국경지대에 있는 독일의 자르브뤼켄. 맛있는 음식과 느긋한 삶, 모젤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최근 몇 년 새 ‘유럽의 매춘 수도’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다. 인구 17만 명에 불과한 이 소도시에 상주하는 성매매 여성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초엔 시내에 대형 매춘 시설까지 들어선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추진해 온 이 프로젝트는 450만 유로(약 65억원)를 들여 6000㎡ 규모의 매장을 만들고 90명의 성매매 여성을 상주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설 관리 직원만 45명에 달할 정도다.


암묵적 용인 → 부분 규제 움직임

 당연히 주민 불만이 높지만 시당국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길은 없었다. 독일에선 2002년부터 성매매를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를로트 브리츠 자르브뤼켄 시장은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창가 설치 과정이 튀김집 내는 것보다 간단했다”며 “매춘 문제는 이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탄했다.



 유럽이 성매매 규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자르브뤼켄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암약하는 성매매 조직 팽창으로 골머리를 앓는 지역이 늘어난 탓이다. 유럽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만큼 빈국에서 부국으로 유입되는 성매매 종사자도 급증했다. 이 때문에 성 서비스 구매자에 대한 처벌로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인신매매의 피해자일 수도 있는 판매자를 보호하는 스웨덴식 성매매 규제법이 주목받고 있다.



처벌 느슨한 부국으로 매춘산업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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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이 1999년 도입한 이 제도는 성매매 산업 억제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성 서비스의 판매와 구매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거나 암묵적으로 용인해 왔다. 독일처럼 성매매 합법국가가 아니더라도 강한 규제책을 써 온 곳은 드물다. 사창가 운영은 불법이지만 매춘은 합법으로 규정돼 있거나 공공장소에서 호객 행위만을 단속하는 등 정리되지 않은 정책을 써 온 것이다. 산업의 규모가 작을 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성매매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양성화가 성매매 여성 보호엔 효과 없이 포주나 인신매매조직만 배 불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유럽 내 통일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년간 ‘성매매 자유주의 모델’을 실험해 온 독일도 최근 정책 선회를 검토하고 있다. 17일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좌우 대연정은 최근 성매매 관리 제도의 일부 개정을 시사했다. 독일연방통계국에 따르면 독일 성매매 산업 규모는 연간 150억 유로(약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100만 명이 성 관광을 목적으로 독일 국경도시에 유입된다. 성매매 종사자는 40만 명으로 성매매 자유화가 실시된 2002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자유화와 함께 성매매 서비스 종사자를 노동청에 등록하게 하고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정책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프랑스·네덜란드 등 줄줄이 처벌법 추진



 프랑스 역시 팽창하는 성매매 산업으로 고민해 오다 4일 하원에서 스웨덴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성매매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2003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공공장소에서 노출된 옷으로 성매매를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발표한 이래 취해진 가장 강력한 조치다. 내년 상원에서 통과되면 성서비스 구매자는 1500 유로(약 217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두 번째 적발에선 벌금이 3750유로로 뛴다.



 법안을 발의한 나자트 발로벨카셈 여성인권부 장관은 “이를 통해 성매매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믿진 않지만 산업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엔 약 2만~4만 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있다. 90% 이상이 나이지리아·중국·루마니아 출신으로 절대 다수가 국제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유입됐다는 게 법안 제안자들의 주장이다. 10년 전엔 5명 중 1명만이 외국인이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2009년 이미 스웨덴 모델을 도입했다. 아일랜드와 핀란드·벨기에·네덜란드·루마니아·키프로스가 스웨덴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아일랜드 법무부는 규제 도입을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웨덴 모델 도입 시 수요의 감소가 기대되며 인신매매의 경제적 기반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매매가 일반 비즈니스 수준으로 용인돼 온 네덜란드에서도 이 모델을 따르자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특성상 규제가 느슨한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유럽 정부가 성매매 규제 강화 쪽으로 돌아선 이면엔 높은 사회복지 수당 등을 받기 위한 대규모 이동에 대한 우려도 포함돼 있다. 최근 EU에선 일정한 소득 수준이 되지 않은 국가의 주민의 국경 이동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영국·핀란드 등 부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성매매 종사자들이 상주하며 복지 재원을 고갈시키는 시나리오에 대한 부국들의 걱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각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매매 산업 특성상 관련 데이터가 과장돼 있으며,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웨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스웨덴의 성매매 건수는 3분의 2로 감소했다. 종사자는 98년 2500명에서 현재는 1000명 미만으로 줄었다. 독일 성매매 자유화 정책을 도입한 이르민그라트 쉐베 게리크 전 의원은 “스웨덴 정부가 눈을 감았다고 해서 스웨덴에 성매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스웨덴 성매매 종사자들은 “거리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줄었을 뿐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은 그대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신매매 감소 효과 … 일부선 의문 제기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위 현장으로 나선 성매매 종사자들도 있다. 아일랜드 성 서비스 노동자 단체인 ‘섹스 알리안스’의 테레사 휘태커 대변인은 “미국과 유럽에 불고 있는 규제 바람은 현대판 십자군전쟁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성매매 팽창은 문제지만 구매자만을 처벌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법안이 영원한 입법화 과정의 연옥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과 유럽기구 등에 따르면 전 세계엔 약 200만 명의 성매매 서비스 종사자가 존재한다. 대부분 가난한 국가 출신 여성으로 10대에 이 일을 시작한다. 국제여성단체 통계에 따르면 이들의 90%는 국제 인신매매 네트워크를 통해 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한국의 경우 성매매자의 인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도입했다. 한국에선 성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받는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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