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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대비 잘하려면…

중앙일보 2013.12.18 00:05 강남통신 3면 지면보기
은퇴하면 남는 게 시간이라 그동안 안 보이던 게 눈에 들어온다. 냉장고 속, 거실 먼지, 찬장 등 말이다. 사회생활을 꼼꼼히 한 이들일수록 “유통기한 지난 걸 왜 그냥 두느냐”고 아내에게 잔소리하면서 부부 갈등을 키운다. 바쁘다고 신경도 안 쓰더니 은퇴 후 잔소리 해대는 남편, 좋게 볼 아내는 없다. 요리 못하는 남편도 아내 발목을 잡는 밉상이다. 그래서 은퇴 전문가들은 남자의 노후 대비에서 중요한 요소는 요리 등 집안일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생 시계 100세 맞춰 퇴직 10년 전부터 준비
남성은 요리 배워 점심 정도는 스스로 해결

 보건복지부의 노후 준비 진단지표 개발에 참여한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와 행복한 은퇴연구소 전기보 소장이 제안하는 은퇴 준비 팁을 소개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6월 35~64세 1035명을 상대로 노후 준비를 조사했더니 건강과 사회적 관계 면에선 상대적으로 잘돼 있었다. 반면 노후 자금과 여가 활동 대비는 취약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검진을 해주고 꾸준히 운동하는 장년층이 늘어 건강 준비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고, 한국이 친족 중심의 문화여서 그런지 사회적인 대인 관계 점수도 어느 정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퇴 후 생활비 마련과 여가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선 무방비였다. 이 교수는 “그나마 노후 자금은 문제라는 인식이라도 있지만 은퇴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해선 계획 자체가 없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직장인은 청장년기에 취미나 관심사를 돌볼 여유 없이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직장 문화에 젖어있다 보니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어렵다. 남성은 돈벌이에, 여성은 살림하고 애 키우는 데 올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도 은퇴 후 난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 소장은 “직장생활이 힘들었다며 1년쯤 쉬겠다는 이들은 2년 후에도 계속 쉬더라”며 “은퇴했다고 쉬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골프·여행처럼 휴식이 되는 여가는 싫증나기 쉬운 만큼 자원봉사처럼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사진·미술 등의 취미를 갖는 것도 좋다. 이 교수는 “일본에선 고령화에 대비해 기업이 근로자의 멀티 라이프를 지원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며 “직장 동호회를 활성화하고 매주 가정의 날 일찍 귀가할 것을 권장하는 등 젊었을 때부터 노후 대비를 생활화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퇴 준비는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해야 한다. 제2의 직업을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은퇴 후 인생 시계를 100세에 맞추고 70~80세까지 어떤 일거리를 가질지 계획을 세우라는 얘기다.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좋다. 최소한의 현금을 벌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뜻한다. 직장에 다니는 기간에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뭔지 따져보고 그 능력을 미리 개발해놓지 않으면 답이 없다.



 관심 분야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악기 회사에서 재무담당 업무를 보던 한 은퇴자는 악기 수리에 관심을 가져 이탈리아 유학까지 가기도 했다.



 부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남편 혼자 점심 차려 먹기, 부엌에 들어가는 걸 꺼리지 않기 등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기업이 고령자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가 연령에 따라 위·아래를 판단하는 수직적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조사가 있다”며 “은퇴 후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심리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인 관계 폭을 넓히기 위해선 지자체가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강좌를 검색해 한 곳에라도 참여해보는 게 좋다. 한 발 내딛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쉽다.



김성탁·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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