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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1채 가진 조합원, 2채 분양 가능 … 재건축 숨통 트인다

중앙일보 2013.12.18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서울 신림동의 한 단독주택(189㎡)에 살고 있는 A씨. 그는 나중에 집이 재건축에 들어가면 아파트 두 채를 받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지금보다 작은 집에 살더라도 나머지 한 채는 월세를 놔 부수입을 올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 A씨가 새로 받을 수 있는 아파트 두 채 가격의 합은 현재 집값인 3억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분양가를 3.3㎡당 900만원으로 잡으면 85㎡ 아파트만 해도 2억3000만원을 넘는다. 그러면 나머지 9000만원(3억2000만-2억3000만원)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의 크기는 40㎡도 안 된다. 두 집을 합해도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A씨는 재건축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도시정비법 개정안 이번 주 시행
한 채는 60㎡ 이하로 면적 제한
지방도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주거지역 500%, 상업지역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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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규정이 재건축 활성화를 가로막는다고 판단하고, 개선책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이번 주에 공포·시행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이 법은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A씨처럼 집 두 채를 받고 싶어하는 재건축 조합원은 종전 주택의 가격이 아닌 면적 기준을 적용받는다. A씨가 살고 있는 집이 189㎡니까 새로 분양받을 아파트 크기의 합이 이를 넘지 않으면 가격과 상관 없이 2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는 재건축이 끝나면 129㎡에 아파트에 살면서, 또 다른 60㎡ 짜리 집에 세입자를 들여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 침체된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다만 새로 공급받는 집 두 채 중 한 채는 60㎡ 이하로 면적이 제한되고, 3년간 집을 팔 수 없다.



 새 법이 시행되면 지방에서도 재건축 사업을 할 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서울·경기·인천의 과밀억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재건축을 할 때 각 시·도의 심의를 거치면 기존에 정해진 용적률을 넘겨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지방에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주거지역은 500%, 상업지역은 1500%까지 용적률이 올라갈 수 있다. 용적률이 상향되면 같은 공간에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그만큼 사업 시행자의 분양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단 기존보다 높아진 용적률의 최대 50%는 서민용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재건축 활성화뿐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구역에 땅이나 집을 갖고 있지만 분양 신청을 하지 않는 주민이 있다면 재건축 조합은 이 사람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 이 사람의 땅과 집을 조합이 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현금청산이라고 하는데, 이 청산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내용도 새 법안에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조합이 최장 60일 동안 재건축 단지 분양신청을 받은 뒤 신청하지 않은 토지·주택 소유자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제 새 법이 시행되면 조합은 재건축 사업 관리처분계획을 시·군·구청에서 인가받은 다음에 집·땅값을 지급해도 된다. 조합은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시기에 여유가 생겨 사업에 드는 금융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현금청산은 재건축 사업비에 해당한다. 분양받지 않겠다는 지역 주민이 많을수록 비용은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런데 기존 계획했던 것보다 사업비가 10% 넘게 늘어나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간 의견 차가 생겨 동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사업 기간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개정 법률에는 현금청산 비용은 사업비 증가항목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비용은 나중에 일반 분양자가 생기면 다시 조합에 분양 대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과장은 “그동안 이 법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지연돼 재건축 사업 시행자의 고충이 컸고 임대주택 공급 속도도 더뎌졌다”며 “조만간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민간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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