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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해, 2인자 공인 … 장성택 라인 아직은 변화 없어

중앙일보 2013.12.18 00:01 종합 4면 지면보기
2년 만에 권력서열 18위에서 2위로 껑충 뛴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경희 노동당 비서. 17일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대회에서 확인된 ‘3년차 김정은 체제’ 권력지형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다


추도대회로 본 북 권력지형
김정은 바로 왼쪽에 앉은 '좌 용해'
1주기 때 이어 군부 대표해 연설
김양건·노두철 등 장성택 측근은
경제 살리기 고려해 그대로 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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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전 11시부터 북한 조선중앙TV가 생중계한 추도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김정은의 바로 왼쪽에 앉은 최용해였다. 지난해 1주기 때엔 김정은의 왼쪽 두 번째에 앉았었다. 김정은의 오른쪽에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대외적인 상징성을 갖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최용해가 2인자로 공인받았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최용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북한군을 대표한 ‘결의 연설’도 했다.



김정은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화려했다. “가장 숭고한 도덕 의리와 고결한 충정을 지니시고 수령 영생 위업의 새로운 장을 펼치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이라 칭하며 “천겹만겹의 성새, 방패가 되어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와 금수산 태양궁전을 결사 보위하겠다”고 했다. 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르며 그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맹세했다. 이는 ‘국가전복 음모행위’로 처형된 장성택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용해는 전날 금수산 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김정은에 대한 군의 충성맹세모임에서도 단독으로 연설했다. 최용해는 “1950년대 준엄한 시련의 시기 위대한 수령님의 권위를 헐뜯으려는 반당분자들을 가차없이 쏴 죽이겠다고 추상같이 외치며 권총을 뽑아들었던 항일혁명투사들을 본받아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색출해 처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용해는 빨치산이던 최현의 아들이다. 최현이 김일성 집권 때인 56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김일성에게 대든 소련파와 연안파의 기를 꺾었던 일화를 떠올리며 ‘대를 이어 김씨 일가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충성 다짐을 한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김정은의 고모로 김국태 국장(國葬) 장의위원에 여섯 번째로 이름을 올린 김경희는 남편 장성택 처형 후 열린 첫 공식 행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김경희가 앉았던 자리(김정은 오른쪽 세 번째)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황순희(94) 조선혁명박물관장이 앉았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 최진욱 연구위원은 “황순희를 김경희가 앉았던 자리에 배치한 것은 빨치산 전통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자, 장성택은 백두혈통이나 빨치산이 아님을 강조하고 구별하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오른쪽 여덟 번째)과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오른쪽 14번째)도 2년 연속으로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자리는 거의 바뀌지 않아 공식 서열상에서는 큰 변화가 없음을 나타냈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되던 인사도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망명설이 돌았던 노두철 내각 부총리는 김정은의 왼쪽 14번째에 앉았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도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 공개처형된 이용하와 장수길을 제외하곤 모두 건재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고위 당국자는 “장성택 판결문에서 아첨꾼이라고 못박은 이용하 정도면 장성택의 측근이랄 수 있지만 단순히 같은 부서에서 오래 일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장성택 파벌이라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렇다 할 장성택 계파라고 할 만한 측근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유호열(고려대 북한학 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은 “장성택 라인은 주로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로 경제를 살리는 것에 ‘지금보다 더 목숨을 걸고 매진하라’는 의미에서 유보하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연구위원도 “김정은이 마식령스키장을 찾은 것에서 보듯 북한은 경제 회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내부 불안감을 줄이고 동요하지 말고 경제활동을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거 물갈이된 군부의 모습도 확인됐다. 지난해 주석단에 김정은과 나란히 앉았던 천안함 폭침의 주역 김격식과 현영철 당시 총참모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격식은 고령으로 은퇴했고 현영철은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돼 최전방으로 좌천됐다. 대신 주석단에는 이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앉았다.



권호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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