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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화난 듯한 표정 … 위상 과시? 뜻대로 안 돼서?

중앙일보 2013.12.18 00:01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 14일 마식령 스키장을 찾아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17일 김정일 2주기 추도대회 참석 자리에서 무표정한 김정은.


17일 오전 11시 아버지의 추도대회에 등장한 김정은은 모든 참석자가 차렷 자세로 기립한 가운데를 느릿느릿 팔을 휘저으며 걸어갔다. 이어 주석단 중앙에 앉은 그는 이후부터 시종 무표정했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표정이 없는 ‘포커페이스’가 1시간12분간의 조선중앙TV 실황 중계 내내 계속됐다.

행사 72분 내내 굳은 얼굴 왜
삐딱하게 앉아 팔꿈치 대고 박수
"명실상부한 유일 태양 부각 의도"
흩어진 머리에 얼굴은 푸석·초췌
고모 김경희 불참과 관련 추측도



 김영남 이 추모사로 대를 이은 충성을 선언하는 순간이나 최용해가 충성 연설을 하는 도중에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시선을 허공으로 옮기거나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도 가끔 보였지만 어떤 감정인지 드러내지 않았다. 웃음을 짓기 곤란한 아버지 추도식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시종 포커페이스가 계속되는 바람에 화가 난 것처럼 비칠 정도였다 .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추도대회에서도 김정은은 엄숙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해 성이 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수를 칠 땐 김일성과 김정일을 연상시켰다. 책상 앞에 놓인 연설문을 뒤적거리다가 김정일을 칭송하는 연설이 나올 때 김정은은 양 팔꿈치를 책상에 붙인 채 왼손 바닥을 위로 향하고 오른손을 아래로 움직여 박수를 쳤다. 팔꿈치를 책상에 댄 채 박수를 치는 모습은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이 공식석상에서 자주 보이던 모습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주기 추도대회에 이어 이날도 이런 ‘팔꿈치 박수’를 쳤다. 이런 식으로 박수를 치는 인사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뿐이다. 박수는 왼쪽으로 삐딱하게 앉아서 천천히 쳤다. 지난 1월 30일 노동당 대회에서 자신이 연설을 하는 동안 장성택이 왼쪽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던 모습과 비슷했다. 그간 항상 정좌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그 역시 ‘장성택식 앉음새’를 취한 것이다.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지 이틀 만에 마식령 스키장을 찾아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였던 김정은이 북한 주민과 해외 언론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보여주려 했던 노림수는 뭘까.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오늘 행사를 통해 자신이 명실상부한 ‘유일 태양’이 됐음을 부각하려 한 것 같다”며 “1인자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려고 위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화면상으로 볼 때 김정은의 얼굴은 지난해 추도대회 때보다 더 푸석하고 초췌해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머리 모양도 제대로 손질하지 않은 듯 왼쪽이 다소 삐쳐 나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렀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고모인 김경희가 추도대회에 불참한 것과 관련시키기도 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표정으로만 보면 뭔가 본인이 생각한 대로 안 되는 게 있었던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과 군의 간부들은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행사장 아래 도열해 있던 북한 인사들은 두 손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빠르게 박수를 쳤다. 장성택의 처형 사유 중 하나인 ‘건성건성 박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남·최용해 등 김정은 옆에 앉았던 실력자들은 박수를 치지 않을 땐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은 채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행사 내내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화면과 비교해 보면 어느 행사보다도 북한 실세들이 바짝 긴장한 게 역력하다”며 “장성택 처형의 여파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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