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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엇나간 선수회장, 조롱하는 동료들 … KLPGA의 OB

중앙일보 2013.12.17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성호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A선수. “아침부터 대박 사건이네. 이래서 사람은 죄 짓고 살면 안 되는 거였어. 구린내가 스멀스멀 난다 했어 내가!!!”



 B선수. “추태(醜態) : 더럽고 지저분한 태도나 짓. 술은 왁자지껄 룰루랄라 마시고 얌전히 집구석에 들어가는 거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이정연(34) 선수의 음주측정 거부 및 경찰 폭행 사건의 판결(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이 공개된 지난 11일 KLPGA 선수 A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이에 대한 B선수의 댓글이다. 이 사건을 거론하다 쓴 내용이기에 이정연을 두고 한 말로 봐야 한다.



 이정연 선수 사건은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KLPGA와 소속 선수들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낸 사건이었다. A·B선수는 우선 창피하고, 협회를 제대로 꾸리지 못한 KLPGA 집행부에 불만도 많았을 것이다. KLPGA는 이정연 선수를 선수회장이라는 이유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연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8개월 넘게 선수회장에서 사퇴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KLPGA로서는 자숙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정연 선수는 KLPGA 이사이자 선수회장이다. 선수를 대표하는 선수회장의 일탈에 대해 선수들 모두 책임을 공감해야 했다. 이정연을 후원한 회사는 사건과 별 상관없는데도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정연을 협회 이사이자 선수회장으로 두고 있는 KLPGA는 아직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일부 선수는 선배이자 선수 대표를 조롱하고 즐거워하는 뉘앙스도 보인다. 골프에서 규칙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에티켓은 보이지 않는다. 불만 표출 통로도 문제다. SNS는 공개를 전제로 생각해야 한다.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이 몇몇 지인과만 소통하던 비밀 계정에서 감독을 비난한 내용도 공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야구에서도 2010년 LG 이형종이 당시 박종훈 감독을 두고 “너와 싸우고 싶다”고 썼다가 논란을 일으키는 등 SNS로 문제가 된 일은 허다하다.



 KLPGA 투어는 이정연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자격정지나 제명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정연을 징계한다고 해도 이런 사건은 계속 터질 수 있다. 운동능력은 뛰어나지만 철학이 없는 스포츠 스타는 롱런하기 어렵다. KLPGA가 외형을 키운 만큼 그에 걸맞은 인성교육, 미디어교육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성호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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