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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고 명예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 한국도 때 됐다

중앙일보 2013.12.11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효경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 9일 3년 총액 21억원에 재계약한 류중일(50) 삼성 감독이 2억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기부 계획이 알려지자 그에게 더 많은 축하와 격려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사회공헌에 앞장선 선수 이름 따
커쇼·스몰츠 "사이영상보다 영광"
한국야구 인기만큼 마음도 커져야

 올겨울 프로야구엔 전례없는 머니게임이 벌어졌다. 심정수가 2004년 말 삼성과 계약하며 받았던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액(4년 총액 60억원)을 뛰어넘는 계약이 세 건이나 나왔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뉴스도 이어진다. ‘대박 뉴스’에 피로감을 느낄 즈음 류 감독이 따뜻한 기부 소식을 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골든글러브 행사를 열었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시상하고, 별도로 ‘사랑의 골든글러브’ 상도 수여했다. 올해는 롯데 조성환(37)이 받았다. 1999년 생긴 ‘사랑의 골든글러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수상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묻혀 금세 잊혀지는 게 현실이다. 야구 관계자들도 ‘사랑의 골든글러브’가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는지, 수상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의 주인공인 클레멘테의 피츠버그 현역 시절 모습. 아래 사진은 올해 이 상을 수상한 카를로스 벨트란(왼쪽 둘째). [중앙포토]
 미국 메이저리그도 시즌이 끝나면 각종 시상식이 이어진다. 선수들이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는 상은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이다.



 클레멘테는 1934년 푸에르토리코의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8세에 LA 다저스로 스카우트된 그는 55년 피츠버그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최초의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 이후 8년 만에 탄생한 최초의 히스패닉 선수였다. 통산 타율 0.317·240홈런·1305타점을 기록한 클레멘테는 타격왕 4회, 최우수선수상(MVP) 1회를 받았다. 71년엔 월드시리즈 MVP에 올랐다.



  72년 통산 3000안타를 때린 클레멘테는 3001번째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해 12월 31일 대지진이 일어난 니카라과에 구호품을 전하기 위해 탔던 비행기가 바다로 추락한 것이다. 중남미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아이들에게 야구용품을 보급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섰던 클레멘테다운 마지막이었다. 보위 쿤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듬해부터 사회봉사 공로상에 클레멘테의 이름을 붙였다.



 2005년 수상자인 존 스몰츠(43·은퇴)는 “사이영상을 받고 월드시리즈 우승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영광스럽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의미 있는 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잠비아에 학교와 보호시설을 세운 클레이튼 커쇼(25·다저스)가 최연소 수상을 했다. 올해는 클레멘테와 같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에 400만 달러(약 42억원)를 기부한 카를로스 벨트란(36·뉴욕 양키스)이 받았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기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찬호(40·은퇴)는 지난해 한화에 입단하면서 계약금 6억원을 기부했다. 김태균(31·한화)은 지난해 1억원을 기부,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손승락(31·넥센)은 3년째 개발도상국에 야구용품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나누는 마음이 커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자선행사가 유명 선수의 이름만 빌린 경우가 많다.



 한국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처럼 큰 규모의 자선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커쇼는 큰돈을 벌기 전인 스물네 살에 클레멘테상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뭔가를 이룬 뒤 돌려주려 한다. 그러나 봉사는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의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이 나올 때가 됐다.



김효경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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