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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20년 전 '다방시대'로 가자고?

중앙일보 2013.12.09 02:55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다방이 여러 차례 나온다.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성동일 분)가 다방에서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극중 인물 ‘삼천포’는 서울 신촌에 있는 ‘독수리다방’의 위치를 몰라 헤맨다. 이 장면을 보고 40~50대 시청자는 아련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지만, 20~30대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광경에 신기해한다. 사실 2030세대가 커피를 접한 곳은 다방이 아니다.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 같은 커피 체인점이다. 80~90년대 태어난 2030세대 입장에서 볼 때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주지만 몸에는 맞지 않는 어색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일부에선 커피문화를 20년 전 다방문화로 되돌리자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가 지난주 동반성장위원회에 커피전문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꼭 집어 규제 대상으로 삼는 건 별다방·콩다방이다. 카페베네·투썸플레이스 등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미 ‘같은 브랜드의 출점 거리를 500m로 제한한다’는 공정위 모범거래기준에 발이 묶인 상태다. 반면 직영점 체제로 운영되는 이 두 업체는 이런 규제를 피해 왔다.



 문제는 국내에 이어 외국계 커피전문점까지 발을 묶는다고 해서 그에 따른 혜택이 과연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추억 속 독수리다방도 2005년 문을 닫았다가 올해 들어 추억의 힘을 빌려 재개장했지만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독수리다방의 매니저는 “새로운 손님들이 다방을 찾는 게 아니라 20년 전에 독수리다방을 찾았던 ‘올드 고객’들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이들은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스타벅스 마일리지를 사고파느라 바쁘다.



 물론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매장 리모델링·업종 전환 등 자구책이 우선이다. 소비자의 기호는 뒷전으로 미루고 목소리만 높이는 건 앞뒤가 바뀐 행동이다. 올 2월부터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를 받아 신규출점이 막히자 패밀리레스토랑 업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수산물 뷔페 ‘씨푸드 오션’은 지난주 사업을 접었지만, 골목상권의 수산물 식당에 손님이 몰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늘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중기 적합업종 제도가 국내 기업만 역차별하고 골목상권 활성화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혜택을 봤는지, 앞으로는 어떤 이익이 있을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나올지 찬찬히 챙겨볼 생각이다.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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