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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과 겹친 곳 비행 땐 30분 전 통보

중앙일보 2013.12.09 01:00 종합 7면 지면보기
남은 건 상황관리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하고,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부 겹치는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시작된 동북아 항공식별구역(ADIZ) 갈등에 정부는 8일 KADIZ 확대로 대응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었지만 문제는 한·중·일의 ADIZ가 일부 중첩된다는 점이다. 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가 간 갈등을 막으면서도 우리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 방공식별구역 관리 어떻게
중국 지난군구와는 핫라인 이용해
긴장 발생 전 실시간 조정하기로



 정부는 이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KADIZ를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도 군사적·외교적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여기엔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도록 한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방공식별구역 확대란 박 대통령의 생각이 정부안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이해 당사국인 미국·중국·일본과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큰 과제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발표 때까지 주변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최대한 이견을 조율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2일 사실상 KADIZ 확대를 결정하고도 발표 시점을 8일로 늦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성김 주한 미 대사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발표 연기를 요청했고, 정부 안에서도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한·중·일을 순방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KADIZ 확대를 발표할 경우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지난 6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도 8일 발표한 것도 7일 바이든 부통령 귀국 이후 하려는 외교적 일정 조정이었다.



 또 사전에 KADIZ 확대 내용을 주변국에 설명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외교적 채널을 비롯해 국가 간에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주한 미대사관을 비롯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도 직접 설명을 하며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이 특별한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는 평이다.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선 “(일방적으로) 민간 항공기까지 사전통보를 하게 한 중국의 조치와 한국의 확대 발표는 차원이 다르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고 한다. 일방적 선포가 아니라 조율의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정부는 향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 중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부는 새로 조정된 KADIZ 안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관련 국가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7일 동안 유예기간을 뒀고 이후에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과 겹쳐 있는 곳을 군용기가 비행할 경우 30분 전에 계획을 통보하는 등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우리 공군 통제센터(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간 핫라인을 이용해 긴장이 발생하기 전에 실시간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방공식별구역(ADIZ·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자국의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의 공해 상공에 설정하는 공중 구역이다. 미확인 항공기가 영공에 닿기 이전에 확인해 조치를 하기 위한 일종의 군사적 완충구역(버퍼존)이다. 국제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로부터 강제 착륙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비행정보구역(FIR·flight information region)=원활한 항공기의 비행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공역이다. 이 구역에선 비행 중인 항공기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관제 등 각종 정보가 제공되며 FIR을 설정한 국가가 항공 사고 발생 시 수색 및 구조 업무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영토·영공·영해의 개념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ADIZ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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