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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액정 가져오면 10만원 준다는데 …

중앙일보 2013.12.09 00:46 종합 12면 지면보기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기업 휴대전화 서비스센터.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들고 입구에 들어선 대학생 김준희(22)씨에게 한 20대 남성이 접근했다. 그는 “수리 후 깨진 액정을 가져오면 5만~10만원을 바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유를 물으니 “깨진 액정을 중국 등에 되팔아 새 제품 제조 등에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들고 있는 봉투엔 이미 매입한 액정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스마트폰 중고부품 시장 명암
수리비 부담 덜고 이용 편리
배터리 즉석 교환도 호황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 배터리로 교환해 드립니다’. 같은 날 홍대 인근의 한 스마트폰 배터리 교환 매장에선 고객들의 다 쓴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해주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사이 고객 1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존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곽지대에서 이른바 ‘스마트폰 제2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액정이 깨지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체할 때 추가비용을 무는 등 스마트폰 AS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이 늘자 그 틈을 파고들어 새로운 틈새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깨진 액정 매입



 깨진 액정을 매입하는 업체는 개설된 사이트만 수십 개에 이를 정도로 많다. 최근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관련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액정 파손 시 10만~15만원의 수리비가 드는 상황에서 액정 매입으로 이용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게 인기의 이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품이 해외로 유출돼 ‘짝퉁’ 제품 제조에 악용되는 등 우려도 높다. 영등포구에서 액정 매입을 하는 업주 강모씨(37)는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해외에 깨진 액정을 되팔기만 해도 개당 1만~2만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며 “금이 간 강화유리를 떼어내고 남은 디스플레이만 팔면 된다”고 했다. 업계는 깨진 액정 거래가 하루 6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LG전자 등 제조업체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 박한영 홍보팀 과장은 “고객이 파손 액정을 돌려달라고 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그렇다고 자사 부품이 해외로 무차별 유출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다 쓴 배터리가 충전배터리로



 휴대전화 배터리 교환은 빨리 방전되는 배터리에 불편을 느끼는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주)마이쿤에서 올 1월 시작한 사업이다. 고객의 방전된 배터리를 미리 충전해놓은 다른 배터리로 교환해주는 식이다. 교환 비용은 3000원이고 배달할 경우 교통비가 추가로 붙는다. 이 업체에선 현재 30~40여 종 스마트폰 배터리 7000여 개를 구비해놓은 상태다.



 배터리를 맡겨야 하는 기존 급속충전 서비스와 달리 고객의 방전된 배터리를 즉시 완충 배터리로 교환해주는 아이디어로 호응이 뜨거웠다. 사업 시작 1년여 만에 서울 지역에 30여 개 가맹점이 생기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천 개의 배터리가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교환되면서 불량 배터리 유통 등 문제점도 있다. 이에 대해 마이쿤 김경범 홍보팀장은 “전압기로 배터리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불량 배터리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교체를 해준다”고 전했다.



 건국대 김시월(소비자정보학) 교수는 “깨진 액정이 ‘짝퉁’ 제품에 악용되거나 비등록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 고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손국희·신진 기자 <9key@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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