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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책 '노사 동상이몽'… 내년 분규 쓰나미 예고

중앙일보 2013.12.09 00:27 경제 1면 지면보기
모 그룹의 인사담당 임원은 최근 계열사 노조간부들을 찾아다니며 “내년부터 최소 20%가량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이 확대되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등 각종 정책이 노사 간 협상과 상관없이 임금을 올리고 있다는 하소연과 함께다. 이 임원은 “정작 이들에게 임금과 복지 수준을 낮추자는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했다. 반대할 것이 뻔해서다. 그는 “5년여 동안 분규 없이 안정적인 기조를 이어왔는데,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근로조건을 떨어뜨리면 노조가 반발할 테고, 그렇다고 임금조정도 없이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르면 경영사정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추적] 2014년 노사관계 전망
통상임금 확대, 정년연장 등
사측 부담 늘어날 일 줄줄이
두 노총, 벌써 대응지침 내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각종 수당 및 정기상여금의 지급형태를 변동급으로 변경하는 것을 저지하고, 미지급 법정수당 지급을 요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노총은 “조합원 전체가 (통상임금)소송에 참여하는 것이 조직단결과 노조의 협상력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매뉴얼을 일선 사업장에 내려보냈다.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노사 간의 일전 분위기가 전국 사업장에 감돌고 있다. 내년 노사관계가 심상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칫하면 전국이 분규 소용돌이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도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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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는 최근 작성한 ‘2013년 노사관계 평가와 2014년 전망’에서 “정년연장 연착륙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체계 개선과정 등에서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사측이 정년연장, 통상임금 문제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임금인상 축소 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이나 노조는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서비스·인천공항공사처럼 원·하청 간의 노사갈등도 사회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기관 부채와 방만경영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복지축소 문제가 부각되면 공공부문의 노사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봤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에는 정부의 고용정책이 노사관계 악화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임금인상과 같은 기업 내 근로조건 문제가 갈등을 유발했던 종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그렇다고 고용부의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고용부는 “주요 노동정책은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총파업이 없었다. 노사분규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90건에서 올해 10월 현재 53건으로 급감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노사분규가 잦았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용연 노사대책팀장은 “내년에는 모든 기업이 정부 정책이라는 똑같은 이슈를 가지고 한꺼번에 노사 간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여 총파업과 같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분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고용부의 대책은 원론적이다. 고용부는 “노·사·정 간의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을 견지하고, 노사자율로 해결할 수 있도록 사업장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부조차 노·사·정 간의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노사관계를 평가하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이로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도 노사 간 입장차이가 여전하고,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해서도 노동계 비판이 지속되고, 기업은 적합한 직무 발굴 어려움, 노무관리·비용부담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불만과 우려를 해소하지 않으면 사실상 노사 간 자율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조준모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사회적 합의 뒤 정책 추진이라는 선후 관계가 뒤바뀌면서 노사갈등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자칫하면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적 노사관계로 표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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