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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수다가 어울리다 … 출판가 팟캐스트의 유혹

중앙일보 2013.12.09 00:24 종합 22면 지면보기
출판계의 새로운 미디어로 떠오른 팟캐스트. 서울 가산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본지 이경희(왼쪽)·김효은 기자가 책과 음악을 주제로 녹음하고 있다. 녹음 내용은 ‘팥없는 팟캐스트’(podbbang.com/ch/6996)에서 들을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출판계는 팟캐스트 전성시대다. 지난해 위즈덤하우스가 ‘빨간책방’을 시작한 이래 창비·문학동네·휴머니스트·자음과모음·다산북스·푸른봄·푸른책들·북스피어 등이 잇따라 합류했다. 낭독 전문방송까지 더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 마케팅 수단이겠지만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출판가에선 “일단 업로드하면 다운로드 횟수가 기본 1000회는 나온다. 안 해볼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제작기를 곁들인 팟캐스트 열풍 현장이다.

정보와 재미 갖춰 인기 …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만들어보니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용기를 준 건 김영하 작가였다. 그는 팟캐스트 초창기 시절인 2010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시작했다. 진행·제작 등 말 그대로 ‘가내 수공업 방송’이었는데, 누구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팟캐스트의 기본 취지를 따르고 있었다.



녹음실 시간당 5000원이면 빌려



 그런데 누가 무슨 내용으로 방송할 것인가. 현재 책 관련 팟캐스트는 대개 책 한두 권을 선정해 해부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마치 읽은 것 같은 포만감을 준다. 출판사들은 자사 책을 과도하게 띄우는 것을 경계했다. 공정성 때문이다. 예컨대 ‘빨간 책방’은 진행자인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책을 고르는데, 지난 1년여 위즈덤하우스 책을 다룬 것은 만화 『미생』뿐이었다. 진행자의 취향과 인지도가 핵심 요소인 것이다. 팟캐스트 전문사이트인 팟빵이 방문자 600명에게 선택 기준을 물었는데 66%가 진행자를 꼽을 정도였다.



 최소 제작비가 목표였기에 직접 마이크를 잡기로 했다. 본지 가요담당 이경희 기자를 섭외했다. 책과 음악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했다. 진행자의 낮은 인지도(!)를 감안해 본지 ‘책과 지식’ 면에서 다룬 신간을 골랐다. 성과 종교를 다룬 『침대 위의 신』(어마마마)과, 새 앨범을 낸 가수 이적·어반자카파의 인터뷰 뒷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게스트 인지도 따라 청취율 춤춰



 지난달 29일 직접 쓴 대본을 들고 서울 가산동 ‘팟빵’ 녹음실을 찾았다. 시간당 5000원에 녹음실을 빌릴 수 있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도 도전할 만했다. 대개 출판사들은 홍익대 인근 녹음실을 시간당 5만~10만원을 주고 빌린다고 한다. 창비·휴머니스트처럼 사옥에 스튜디오를 마련한 경우도 있다. 제작비용은 천차만별이다. PD·작가까지 갖춘 위즈덤하우스는 월 평균 1000만~1500만원가량 쓴다. 물론 모든 걸 직접 하면 돈이 거의 안 들 수 있다.



  옆방에서 다산북스의 팟캐스트 ‘김진애의 책으로 트다’가 녹음 중이었다. 당일 유시민 전 장관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대형출판사들은 대개 저자를 직접 초청하는데, 게스트 인지도에 따라 청취율도 달라진다. 다산북스 서선행 팀장은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가 관건이라 기존 방송에서 만나기 힘든 저자를 모시려고 한다”고 했다.



  막상 마이크 앞에 앉으니 난감했다. 전체 맥락을 조율하는 PD가 없으니 녹음이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공기 반, 소리 반’ 복식호흡을 하지 못해 30분쯤 지나자 목이 메어오기 시작했다. 수십 차례 NG를 내고 나서 녹음기를 보니 100분 정도 흘렀다. 이럴 때 요긴한 게 편집이다. ‘Audacity’라는 무료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돈을 내고 엔지니어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직접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올라온 제작후기를 참조해 하루 정도 매달렸더니 어설프지만 제법 형식을 갖춘 1시간짜리 방송이 만들어졌다. 이제 등록만 남았다.



심의 걱정 없고 독자 반응도 긍정적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만들기 쉽고 제작비도 저렴했다. 특히 책과 오디오 매체의 궁합이 좋았다. 대본을 정교하게 짜지 않아도 책 속엔 이미 1시간 이상 말할 수 있는 콘텐트가 있기 때문이다. 심의를 걱정할 일도 없어 방송에 임하는 자세도 자유로웠다. 편집을 많이 하면 생동감이 떨어지니, 역시 진행자의 역량이 결정적인 것 같다.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고, 뒷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독자층이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하게 됐다.



 ‘라디오 책다방’의 황혜숙 창비 팀장은 “너무 진지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방송이 반응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라고 했다. 기자가 제작한 시범방송은 팟빵·아이튠즈에서 ‘팥없는 팟캐스트’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팟캐스트=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녹음 방송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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