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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패배 인정하자 … 그것이 '강원의 힘'이다

중앙일보 2013.12.09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해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패배를 받아들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패자들은 핑계거리를 찾거나 트집을 잡곤 한다. 안타깝게도 프로축구 강원 FC가 그렇다.



 올해 프로축구에서는 사상 처음 승강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12위를 한 강원 FC와 2부리그(K리그 챌린지) 우승팀 상주 상무가 격돌했다. 이기는 팀은 내년 1부리그에 남고, 패하면 2부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1차전에서 상주에 1-4로 진 강원은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지만 골득실 차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강원은 2부리그 강등을 깨끗하게 승복하지 않고 있다. 1-4로 패한 1차전에서 상주에 부정 선수가 출전했고, 규정에 따라 강원의 3-0 승리라고 주장한다.



 올해 프로축구연맹은 군인 신분인 상무 선수들이 원 소속팀과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봐주기를 방지해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9월 이후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9월 전후로 20여 명이 무더기 전역하는 상무의 처지를 감안한 조치였고, 전 구단이 합의했다. 연맹은 시즌을 마친 후 이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시적 조치라 선수 계약서를 수정하지는 않았다. 강원은 1차전에 1-4로 패하자 계약서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이사회 의결을 적용할 수 없다며 변호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했다.



 프로연맹은 “1차전을 앞두고 강원에서 전화로 이 문제에 대해 문의했다. 선수 출전에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경기 전에는 잠자코 있다가 패한 뒤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프로연맹은 고문변호사를 통해 이 문제를 재검토했고, 1차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강원은 법률 형식에 맞게 결정문을 보내달라며 트집을 잡고 있다.



 강원은 올 한 해 멋진 축구를 했다. 시즌 내내 강등권을 맴돌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김용갑 감독이 부임한 뒤 대전과 대구를 제치고 12위로 치솟아 강등권 탈출을 눈앞에 뒀다. 감동이 컸기에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이 더 뼈아팠다. 하지만 경기 후 강원 팬들이 보여준 태도는 너무도 훌륭했다. 서포터 나르샤는 ‘사랑한다 강원 FC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라는 현수막으로 선수들을 위로하고, 다음 시즌 재도약을 다짐했다.



 패배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것. 이게 바로 강원 FC가 팬들로부터 배워야 할 ‘강원도의 힘’이다.



이해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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