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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강온의 조화, 백24~26

중앙일보 2013.12.09 00:10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

○·구리 9단 ●·안성준 5단



제2보(11~27)=흑이 ‘참고도1’ 흑1로 벌려 둔다면 무난한 흐름입니다. 흑1은 백A의 준엄한 육박을 피해 자신을 안정시킨 수인데요, 이런 식으로 두어나가면 당분간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겠지요. 백도 물론 2의 큰 곳을 차지해 만족스러울 테니까요.



 안성준 5단은 11로 걸쳐갔습니다. 위험을 각오하고 큰 곳부터 차지한 겁니다. 이게 바로 ‘기풍’이라는 건데요, 안성준은 지금 “편한 흐름은 싫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울지라도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하고 내가 고통스러우면 상대도 고통을 느낍니다. 그게 바둑이지요.



 구리 9단, 19까지 간단히 마무리하더니 번개처럼 20으로 달려갑니다. 놓칠 수 없는 일격이지요. 21로 달아나자 22로 가르고 나갑니다. 소위 기세를 올리는 건데요, 어떤 프로들은 이런 게 싫어 ‘참고도1’ 흑1로 참곤 하지요. 하지만 이제 기차는 떠났고 전투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23로 응수할 때 구리는 문득 24로 웅크립니다. 칼을 휘두를 듯하다가 허전한 후방을 보살핀 겁니다. 강온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수라는 게 검토실을 가득 메운 프로들의 감상입니다. 24에 대해 ‘참고도2’ 흑1로 저항하는 건 백4를 당하게 됩니다. 25는 정수이고 26으로 막자 백이 좋은 형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권투로 치면 백이 날카로운 잽으로 점수를 얻은 겁니다.



여기서 안성준의 27이 화려하게 날아들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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