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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20> 불꽃 축제

중앙일보 2013.12.09 00:07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상진 기자
‘펑펑’ 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물들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불꽃축제. 화약을 터뜨리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그 불꽃축제에는 로켓 발사 원리와 화학반응, 전기 ·전자기술 같은 과학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음향까지 가미되면서 불꽃축제는 종합예술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불꽃축제에 들어있는 과학 기술을 알아봅니다.


알루미늄은 백색, 나트륨은 노랑, 칼슘은 주황색 불꽃으로 변해

김상진 기자



# 불꽃축제에 숨은 과학원리



불꽃축제의 핵심인 불꽃은 연소와 불꽃반응이라는 두 가지 화학원리로 만들어진다. 금속원소 가운데는 탈 때 특유의 불꽃 색을 내면서 반응하는 것들이 있다. 이 금속원소들은 연소하면 열 에너지를 받아 궤도를 벗어나 들뜨게 된다. 들뜬 원소가 원래의 궤도로 복귀하면서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내는 것이 우리들의 눈에는 특정 색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불꽃반응이 백색이면 연소되는 물질 속에 알루미늄, 노란색이면 나트륨, 주황색이면 칼슘이 들어있는 것이다.



 불꽃 색을 결정하는 이 금속원소들은 ‘별’이라는 작은 화약 안에 들어간다. 별은 식물씨앗에 발연제, 착화제, 색화제 등 여러 화학제가 혼합된 화약을 여러 번 입혀서 만든다. 이 별은 추진화약, 도화선, 화약과 함께 옥피라는 용기 안에 들어간다. 추진화약은 옥피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화약이다.



 옥피는 컴퓨터가 미리 정해놓은 시각에 보내는 무선 신호를 받아 하늘로 발사된다. 불꽃 디자이너가 설계한 100분의 3초 정도의 정교한 시간이 컴퓨터에 담긴다. 활약은 옥피가 일정 고도에 도달했을 때 외피를 파열시키고 별을 연소시켜 사방으로 흩어지게 하는 화약이다. 활약이 터지는 시기는 도화선의 길이에 따라 다르다. 옥피는 종이로 만들어 잘게 깨진다. 땅에 떨어져도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옥피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데는 로켓 발사 원리가 적용된다. 발사기 각도와 도달 높이를 정확히 계산해서 쏜다.



 불꽃 축제 때 나는 소리도 설계한 것이다. ‘슈욱-펑’ 소리는 화약이 용기를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다. ‘지지직’ 소리는 알루미늄 작은 조각을 태워서 만든다. 불꽃이 떨어질 때 나는 휘파람 소리는 구멍 뚫린 탄피가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다.



# 불꽃 모양은 연출이다



지난 10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 앞바다에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불꽃쇼가 펼쳐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승격 50주년을 축하하는 올해 불꽃축제는 ‘50년의 사랑, 부산!’을 주제로 10만여 발의 불꽃이 부산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송봉근 기자]


 불꽃 모양은 옥피 안 별의 배치에 따라 달라진다. ‘국화형’은 수백 개의 별이 한 점을 중심으로 360도로 둥글게 퍼져 나간다. 옥피 안 작은 별을 활약 사이 국화꽃 모양으로 배치해서 만든다. 시간차를 두고 작은 불꽃들이 넓게 터지는 ‘야생국화형’은 여러 개의 별을 모은 별 덩어리 묶음을 둥글게 배치해서 연출한다. ‘방전형’은 불꽃이 전후, 좌우, 상하로 무질서하게 나르면서 마치 총알이 교차되는 모양이다. 방전형은 불꽃을 막대기 안에 넣어 무질서하게 배치한다.



 불꽃은 ‘타상(打像) 불꽃’과 ‘장치(裝置) 불꽃’으로 나뉜다. 타상 불꽃은 하늘에서 터지는 우리가 흔히 보는 불꽃이다. 장치 불꽃은 지상에 설치한 장치의 한쪽 끝에서 타들어가며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부산불꽃축제 가운데 광안대교 1㎞ 구간에서 연출하는 ‘나이아가라’가 장치 불꽃의 대표다. 불꽃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해서 ‘나이아가라’란 이름이 붙었다.



 국내의 경우 타상 불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불꽃을 쏘는 포의 지름이 63㎝에 이르는 것이다. 부산불꽃축제에서 사용하는 이 불꽃은 지상 400m에서 터지며 하늘에서 터지는 개화반경은 500m쯤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발사기 지름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121㎝짜리다. 이 발사기가 쏘아 올린 타상 불꽃은 지상 1㎞ 높이까지 올라가며 개화반경도 1㎞쯤 되는 초대형이다.



# 1시간 불꽃 축제 화약값은 약 10억원



 지난 10월 25∼26일 이틀간 펼쳐진 제9회 부산불꽃축제의 총 예산은 국비와 시비, 협찬금을 포함해 26억원. 이 가운데 화약값만 약 10억원이 들었다. 1시간 동안 하늘에 쏘아 올리는 10만여 발, 6t의 화약값이다. 나머지는 인건비와 장비임대 비용이다. 63㎝ 지름 발사기에서 쏘아 올리는 타상 불꽃 한 발의 가격은 약 5000만원이다. 부산불꽃축제가 전국의 불꽃축제 가운데 가장 많은 화약을 쓴다. 서울세계불꽃축제와 포항국제불빛축제에 소요되는 화약은 3∼4t이라고 한다.



 1시간 동안 10억원어치의 화약을 쏘는 것을 두고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부산시는 불꽃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갑준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해마다 몰려오는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은 불꽃축제 예산을 훨씬 초과한다”고 말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170여만 명의 관광객이 336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쓴 불꽃축제는 지난해 11월 쿠웨이트 정부가 연 제헌절 50주년 기념 불꽃축제다. 석유매장량 세계 5위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예산 163억원을 쏟아부으면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다.



# 세계의 불꽃축제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불꽃축제는 캐나다 몬트리얼 국제불꽃축제다. 1985년 시작한 이 축제는 해마다 6∼8월에 열린다.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참가팀들이 30분간 음악에 맞춰 불꽃을 쏘아올리는데, 행사가 열리는 9일 동안 관람객은 230만 명에 이른다.



 이탈리아의 피오리 디 포오코 불꽃축제는 1977년부터 산레모시에서 열리고 있다. 국가대항 형식으로 열리고 폐회식 때 순위를 발표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 북부 아키타(秋田)현에서 1910년부터 열리는 오마가리 불꽃축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예술성을 자랑한다. 지역 대표산업인 화약산업 특성을 살려서 지역경제를 되살린 모범 축제로 꼽힌다. 해마다 8월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축제는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에 70여만 명이 몰린다. 입장수익만 23억원, 경제효과는 3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하나비 불꽃축제는 일본 전역에서 7, 8월에 열리는 행사를 통칭한다. 1613년 영국 제임스1세 왕의 사신인 존 셀리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앞에서 선보인 불꽃축제를 보고 도쿠가와 가문이 해마다 열어온 것이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요코하마 하나비 축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꽃축제로는 부산불꽃축제, 서울세계불꽃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가 꼽힌다.



 부산불꽃축제는 2005년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경축행사로 시작해 해마다 10월 말에 열린다. 국내 불꽃축제 가운데 가장 많은 화약을 쓴다. 광안리 바다 바지선에 영상시설을 올려서 멀티불꽃 쇼의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63빌딩 앞 한강시민공원에서 해마다 10월 초에 열린다. ㈜한화가 사회공헌사업으로 2000년에 시작했다. 해외 불꽃업체를 초청해 비경연 방식으로 연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2004년 포스코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시작했다. 해외불꽃업체를 초청해 경연 방식으로 연다.



# 불꽃축제 역사



 불꽃축제는 기원전부터 시작됐다.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등에서 횃불이나 봉화를 신호용으로 사용한 불놀이가 그 기원이다.



 일찍이 화약을 개발한 중국의 경우 처음에는 전쟁터의 신호용으로 불꽃을 사용하다 7세기 초 수나라 양제 때 불꽃놀이로 진화했다. 불꽃이 잡귀를 쫓는다는 무속신앙과도 연결됐다. 정월 초하룻날 벌이던 불놀이가 전 국가적 축제로 확산됐다.



 근대적 의미의 첫 불꽃축제는 영국 앤(Anne) 여왕 시절(재위 1702~1714)에 있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정 조인 기념식 때다. 음악도 곁들였다. 영국의 음악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이 ‘왕궁의 불꽃놀이’ 관현악곡을 작곡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 공민왕 20년(1371)에 ‘화산대(火山臺)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화산대는 불꽃을 쏘아 올리는 발사기다. 학계는 이때 불꽃놀이를 처음 한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 접어들어서는 태조가 새해에 공신들을 치하하는 의식을 마친 뒤 흥을 더하기 위해 불꽃축제를 자주 벌였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조선 성종 21년(1490) 12월 30일 승정원 기록에는 제야행사 때 불꽃놀이를 음악과 함께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불꽃놀이는 경제난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화약 원료인 염초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불꽃놀이는 되살아난다. 구한말인 1899년 조선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 경성수비대에서 군기제(軍旗祭)를 하면서 불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는 나라를 빼앗긴 조선 백성들의 분노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불꽃놀이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광복 후 1946년 7월 4일 미국독립기념일에 미군들이 남산에서 불꽃놀이를 처음 벌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의 불꽃놀이 기술도 발전하게 된다. 



도움말=이장철 ㈜한화 불꽃프로모션 사업부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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