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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쓰촨의 팽이

중앙선데이 2013.12.07 17:46 352호 30면 지면보기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3시간 거리에 쓰촨 성의 성도인 청두가 있다. 청두에서 차를 타고 한 번도 쉬지 않고 2시간을 달리면 러쯔라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러쯔는 청두 옆 쯔양 시에 속한 현이다.

나는 이번 4박5일의 중국 출장 중 러쯔에서 하루를 묵었다. 저녁에 산초와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간 사천요리를 먹으며 현지 법인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쓰촨 성에 대해 들었다. 중국에서 살면 누구나 스케일이 커지는 것일까? 말할 때 그들의 표정이며 동작이며 어투가 큼직큼직하고 우렁차다.

“쓰촨, 즉 사천이란 이름은 네 개의 큰 강이 흐른다고 해서 붙은 것이죠. 약 200만 년 전 이 지역에서 인류 활동이 시작되었어요. 2만5000년 전 문명이 출현하기 시작해 ‘삼성퇴 문명’으로 대표되는 ‘고촉 문명’이 발달했죠. 삼국지로 유명한 유비가 이곳의 청두에서 제위에 올랐어요. 역사에서는 이를 촉한이라고 합니다.”

“5년 전 쓰촨 대지진이 났던 곳이 청두에서 북서쪽으로 90㎞ 거리에 있는 원촨입니다. 당시 사망자가 약 7만 명, 중상자가 37만여 명, 실종이 1만8000명에 달했어요.”

“쓰촨은 판다 서식지로도 유명한데 사람들도 판다를 닮아 둥글고 낙천적이죠. 좀 특이한 것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팽이를 돌립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매일 팽이를 돌려요.”

나는 김수영의 시 ‘달나라의 장난’을 떠올린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들의 말과 몸짓이 더 커진다.

“팽이라고 하면 계란 크기만 한 것을 떠올리겠지만 대략 김 부장님 머리통보다 더 큽니다. 쇳덩이로 만든 것도 있고요. 그런 팽이를 쓰촨 사람들은 공원에 나와 아침저녁으로 돌리는데요. 채로 팽이를 때리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귓속에서 대포를 쏘는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공원에 가 보았다. 공원 입구로 다가서자 따악 따악 하는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저녁 8시 반, 러쯔 현의 공원에는 남녀노소 인민들이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태극권을 한다. 그리고 정말 팽이를 돌린다. 팽이는 내 머리통보다 작았지만 꽤 컸다. 무쇠 팽이는 없었지만 알루미늄 팽이는 있었다. 팽이는 크고 채도 길었다. 한번 휘둘러 팽이를 치려면 꽤 힘이 들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치다가 힘들면 아저씨에게 채를 넘겼다.

“쓰촨 사람들은 왜 팽이를 돌리는 거죠?” “건강에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지 않겠어요? 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채찍으로 팽이를 때리는 거겠죠.”

글쎄, 내 생각은 다르다. 김수영의 시는 이렇다.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 /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과 같이 / 내 앞에서 돈다 /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 팽이가 돈다 / 팽이가 돈다”

중국에 다녀오면 누구나 스케일이 커지는 것일까?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말한다. “중국 쓰촨 사람들은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무쇠 팽이를 돌립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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