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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공급체계 동참이 중요 한·중 FTA와 동시에 가야” 찬성론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중앙선데이 2013.12.08 00:01 352호 6면 지면보기
최병일 1958년생. 미 예일대 경제학 박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거쳤고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과 한·미 통신협상에 참여했다.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FTA교수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TPP 협상 참여를 적극 주장한다. 그는 5일 “국익을 위해선 TPP 참여를 이제부터라도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뒤늦은 결정인 만큼 앞으로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서두르되 내부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화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가 긴급 점검-정부의 TPP 협상 참여 이렇게 본다

-타결을 앞두고 있는 TPP에 우리 정부가 이제야 관심을 표명한 게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많은 통상전문가가 올해 초부터 ‘(TPP 참여를)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해왔었다. 2004년 출범 이후 주목을 받지 못하던 TPP는 미국의 참여 이후 규모가 커졌고 올 2월 아베 정부가 일본의 협상 참여를 선언하면서 우리로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중요한 경제협상이 됐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TPP 협상 진행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미 FTA 비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지금까지 TPP 참여를 주저했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정권 초기에 ‘새로운 통상협상인 TPP 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 어려웠던 것 아닌가 싶다. 이명박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잔상도 떠올랐을 것이다. TPP 문제를 자칫 잘못 건드리게 되면 농산물 이슈가 다시 정국 현안으로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한 부분이 있다. 둘째, 통상교섭본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협상 주체가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산업통상자원부로선 전체적인 국익보다는 산업별로 미칠 이해득실을 우선 생각하다 보니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본다. 셋째,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TPP를 자극제 삼아 더 높은 수준의 한·중 FTA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중국을 자극하는 게 아닌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 이번에 입장을 바꿨는데.
“그동안 우리가 벌여놓은 FTA 협상이 많았다. ‘주머니가 가득 찼던’ 것이다. TPP에서 주도적으로 뭔가 하려 했으면 올 상반기 중에 참여를 결정했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협상 참여 쪽으로 방향은 잡았지만 협정 출범 멤버로 들어가느냐, 판이 다 짜인 후에 들어가느냐는 문제를 놓고 너무 장고를 거듭했다. TPP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오바마 정부는 TPP 조기 타결을 성과로 내세워 내년 말 하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우위의 의회로 바꾸고 싶어 해서 협상을 서둘렀다. 미국 쪽에선 한국이 참여하게 되면 협상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 협상 타결 이후에 참여해달라는 신호를 보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이라는 공동 상대를 놓고 한·미·일의 동맹이 강화되는 외교적, 전략적 차원에서의 접근 필요성이 막판에 크게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지금 참여해도 협상이 가능할까.
“제일 중요한 한·미 간 협상은 이미 FTA를 통해 끝냈다. TPP 참가국 중 일본·멕시코와만 본격적인 협상을 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협정 참가국과의 양자협의를 시작해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는 게 낫다. 협상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못하면 기존에 타결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데다 우리 관심 분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TPP 가입 찬성론자로서 가입 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을 든다면.
“TPP 참여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효과보다는 역내 공급체계(supply chain)에 들어간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가입국 간에 원산지 규정을 누적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우리 수출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양자 FTA에서 담고 있지 않는 정부조달, 경쟁 분야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추가적인 실익도 있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중국은 ‘양면의 날’로 봐야 한다 중국 전문가들과 만나 말해보면 TPP가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전략이라며 맹비난한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미국과 FTA 전 단계인 투자협정(BIT) 협상을 하고 있다. 언제든지 원하면 TPP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는 공공분야 개방 때문에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면서 우리 실리를 취해야 한다.”

-한·중 FTA 협상에 미칠 영향은.
“TPP는 한·중 FTA와 동시에 가야 한다. TPP의 높은 개방 수준을 통해 중국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면서 어느 정도 자극하는 수준으로 협상을 이끌어가야 한다.”

-한국이 아태지역 경제 주도권 다툼에 휩쓸리는 게 아닌가.
“현재 동북아 3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게 미·EU와 연결된 FTA를 가지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허브 전략을 구상할 때가 됐다.”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대외협상과 함께 우리 사회 내에서의 대내협상을 체계적으로 끈질기게 해야 한다. 대내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정부가 피해 당사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설득하고, 협상에 (대화 내용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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