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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르포] 보석 디자인 전설 'JAR' 뉴욕 회고전

온라인 중앙일보 2013.12.07 04:32



아무나 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 서양 최상류층의 '암호'



























세계 각국 개인 소장 395점 화려한 외출



할리우드 여배우 엘런 바킨(Ellen Barkin)과 미국 억만장자 로널드 페럴먼(Ronald Perelman)의 이혼 소식이 전해진 2006년. 연예계보다 더 흥분한 건 보석 디자인계였다. 페럴먼이 바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준 보석이 무더기로 경매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보석 디자인계의 전설, 카를 파베르제의 현신으로 꼽히는 ‘자(JAR)’의 작품 17점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JAR은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급 보석상들만 모여 있는 방돔 광장에 상점을 내고 있는 보석디자이너다.



본인의 이름 조엘 A 로젠털(Joel A Rosenthal)의 약자로 더 유명하다. 그의 고객 명단엔 엘리자베스 테일러, 귀네스 펠트로, 마돈나, 바버라 월터스 등 세계적 명사만 올라 있다. 원한다고 다 그의 고객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디자인에 맞는 고객만 면접을 통해 뽑는다. 작품도 철저히 주문 제작이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쉽게 접할 수가 없다. 유럽·미국의 최고 상류층 사이에서만 ‘그들만의 암호’로 통해왔다.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첫 전시회를 연 이후론 일반인이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13년 만인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JAR의 보석(Jewels by JAR)’ 회고전을 열었다. 메트가 생존해 있는 보석디자이너의 단독 회고전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엔 그의 작품이 395점이나 선보였다. 메트는 이를 위해 전 세계 145명의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그의 작품을 빌려왔다. 큐레이터 제인 에들린은 “1978년 JAR이 처음 디자인한 반지를 비롯해 400점에 가까운 그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건 극히 드문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입구는 어두침침했다. JAR은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2002년 런던 전시 때도 모든 조명을 다 끄고 오직 보석에만 작은 불빛을 비추도록 해 관람객들이 부딪치고 넘어지는 해프닝이 속출했다. 그러나 유리장 너머 첫 전시실을 보는 순간 그의 옹고집이 이해됐다.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루비·사파이어·자수정이 촘촘하게 박힌 브로치가 유리장 안에서 빛났다. 오직 작품만이 도드라졌다.



자연이 모티브 … 보석은 디자인위한 도구



그는 주로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장미·튤립·살구꽃에서 동백까지 꽃을 소재로 한 브로치가 유난히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그의 작품엔 늘 수백 개의 보석이 사용된다. 작은 보석을 틈이 보이지 않게 촘촘하게 박아 넣는 ‘파베(pave) 기법’의 극단을 보여준다. 형형색색의 보석으로 꽃의 화려한 색감을 표현해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붉은 루비와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대조를 이룬 튤립 브로치는 하나의 조각 작품을 연상시켰다. 그는 비싼 보석을 강조하는 통속적 디자인을 경멸했다. 대신 자신의 디자인에 보석을 도구로 활용했다. 늘 다양한 보석을 활용한 건 이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뿐 아니라 자수정·스피넬·전기석까지 보석디자인에 끌어왔다. 완벽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세공된 다이아몬드의 반대쪽, 뾰족한 부분을 위로 올라오게 세팅하는 파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두 번째 유리장을 장식하고 있는 목걸이와 귀걸이엔 유난히 금속을 많이 사용했다. 그는 주로 짙은 색 금속을 썼다. 보석이 더 빛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금·은은 물론 알루미늄·플래티늄·티타늄에 강철까지 기존 보석 디자인계에선 금기로 여겨온 소재를 과감히 썼다. 출구 쪽 벽 한가운덴 25마리의 나비와 잠자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대형 전시물이 걸렸다. 이번 전시를 위해 JAR이 특별히 공을 들인 작품이다. 그는 꽃과 함께 나비를 특별히 사랑했다. 루비의 붉은색, 사파이어의 푸른색, 에메랄드의 초록색, 자수정의 보라색을 이용해 형형색색의 나비를 표현해냈다. 중앙에도 따로 유리장을 만들었다. 이곳엔 특이한 소재의 작품이 많았다. 산호를 이용한 팔찌와 조개 껍데기로 만든 귀걸이가 눈길을 끌었다. 양머리·코끼리·올빼미 등 동물도 그가 즐겨 사용한 모티브다. 전시를 기획한 에들린은 “JAR에겐 대표작이 따로 없다”며 “모든 작품이 누군가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세상에 딱 하나뿐인 보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그는 지난달 18일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메트는 JAR 회고전을 내년 3월 말까지 열 예정이다.



보석 디자이너 조엘 A 로젠털

기존 고객 추천 받은 뒤

심사 거쳐야 ‘구매 자격’




조엘 아서 로젠털(Joel Arthur Rosenthal), JAR(71)은 뉴욕 브롱스에서 독자로 자랐다. 화가가 되고 싶어 예술학교를 다녔고, 하버드 대학에서는 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1966년 화가의 종착역이라 여긴 프랑스 파리로 옮겨 서양자수 ‘태피스트리’ 디자이너로도 일하고 영화 시나리오도 썼다. 중간에 미국 뉴욕 불가리 매장에서 잠시 판매 경력도 쌓았다. 78년 동업자인 피에르 지넷과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작은 아틀리에를 연 이래 35년째 보석 디자인을 해오고 있다. 세계의 패션 종사자들 중 열의 아홉이 존경하는 주얼리 아티스트로 꼽는 JAR. 사람들은 왜 그토록 그에게 열광할까. 희소성과 창의성, 접근 불가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JAR의 주얼리를 소유할 수 있다. 이것이 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다.



그는 ‘그가 원할 때, 그가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그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그만의 창의성을 제공한다. 찾기도 어려운 쇼룸에 행여 들어간다 해도 꿈꾸던 반지를 디자인해 줄지는 의문이다. 그의 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은 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에게 있어 주얼리란 반드시 착용자를 돋보이게 해야 하며, 착용자 역시 주얼리를 빛내야 한다. 그래서 특수 고객층에게만 이 세상 하나뿐인 주얼리를 만들어주는 희소성의 대명사가 됐다. 1년에 80여 점(최근엔 100~120여 점으로 늘었다)밖에 만들지 않으니 돈이 있어도 구매할 수 없다. 그 어떤 억만장자라도 가격 흥정을 했다가는 바로 내쫓기고, 무엇을 디자인할지도 그가 정한다. 웬만해서는 소장가들이 내놓질 않으니 2차 시장에서도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백지수표를 건네며 매장을 열자는 사람도 있다 한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의 ‘릴리 사프라(Lily Safra) 자선 경매전’에 나왔던 ‘모굴 튤립 플라워 이어 클립(1987)’은 27만5000달러(약 2억9144만원)에 팔렸는데 불과 1년이 지난 요즘은 55만 달러(약 5억8300만원)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일찍이 유색석의 색상과 명암에 몰입해 파베 세팅의 미학을 보여준 JAR. 화가를 꿈꾸던 그가 표현하는 회화적인 색상 조합과 파격적이고 환상적인 디자인은 보석 장식계의 전설 파베르제를 빗대 ‘이 시대의 파베르제’로 불리게 만들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주얼리 칼럼니스트 윤성원 starwish33@gmail.com



[사진 설명]

작품 이름, 제작연도, 소재



1 포피 브로치(PoppyBrooch), 1982, 다이아몬드·토르말린(tourmalines)·금 [사진 카타리나 파에버(Katharina Faerber), 자(JAR)]

2 공 모양 유색 목걸이(Colored Balls Necklace), 1999,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오팔·스피넬(spinels) 등 [사진 조제프 타리(Jozsef Tari), 자]

3 손수건 모양 다색 귀걸이(Multicolored Handkerchief Earrings), 2011, 사파이어·다이아몬드·루비·스피넬·토르말린 등 [사진 조제프 타리, 자]

4 튤립(Tulip) 브로치, 2008, 루비·다이아몬드·분홍사파이어·금·은 등 [사진 조제프 타리, 자]

5 라일락(Lilac) 브로치, 2001, 다이아몬드·알루미늄·금·은·라일락 사파이어 [사진 조제프 타리, 자]

6 라즈베리(Raspberry)브로치, 2011, 루비·다이아몬드·금·은·동·백금 [사진 조제프 타리, 자]

7 얼룩말(Zebra) 브로치, 1987, 다이아몬드·금·은·사파이어·아게이트(agate) [사진 카타리나 파에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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