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세먼지 3일 연속 오보 … 기상청 아닌 미국 데이터 써

중앙일보 2013.12.07 01:43 종합 2면 지면보기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오염 예보가 3일 연속(4~6일) 빗나갔다. 6일 아침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뿌연 미세먼지 스모그가 사라졌다. 전날 오후 5시 ‘약간 나쁨’ 등급으로 발표한 환경과학원의 예보와는 딴판이었다. 환경과학원은 5일 오후 10시를 넘겨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외출 시 식약처에서 허가한 황사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뒤덮었던 미세먼지는 이미 걷히기 시작한 상태였 다.


한국 수퍼컴 자료 호환 안 돼
예보관 3명, 교대근무 못 해
외출할 땐 황사마스크 준비



 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오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예보 프로그램이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환경과학원이 5년 전 아주대 김순태(환경공학) 교수에게 의뢰한 예보 프로그램 연구개발사업은 내년 5월에 끝난다. 환경과학원은 지난 8월 시범 예보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납품’받았지만 여전히 수정·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지난해엔 미세먼지 오염이 심하지 않아 프로그램 검증이 불충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1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이상의 미세먼지가 12시간 이상 지속한 사례가 올해는 21회 있었지만 지난해는 3회뿐이었다.



 예보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기상예측 자료도 문제다. 한국 기상청의 수퍼컴퓨터로 생산한 자료 대신 미국 해양대기국(NOAA)이 제공하는 전 세계 기상예측 자료를 받아 쓴다. 550억원짜리 수퍼컴퓨터로 생산한 우리 기상청 자료는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에 넣을 수 없다. 기상청 시스템과 미세먼지 예보 프로그램 간의 데이터 호환성이 없기 때문이다. 5년 전 개발을 시작할 때 기상청 자료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미국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1년에 1억원 안팎의 연구비로 장기적인 비전 없이 연구개발이 진행된 결과다. 호환성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 교수는 “우리 기상청 자료를 활용하는 게 좋지만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비도 문제다. 현재는 별도의 컴퓨터 시스템 없이 기존 환경과학원 시스템에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다. 기상청의 수퍼컴퓨터처럼 성능이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국민에게 매일 서비스하는 것인 만큼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양대 구윤서(환경에너지공학) 교수는 “예보 정확도를 높이려면 한국 기상청 자료와 미국 자료를 각각 활용해 예측 결과를 얻은 뒤, 다시 종합하는 ‘앙상블 모델’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하드웨어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경과학원 홍유덕 대기환경연구과장은 “ 시스템 예산 10억원이 아직 내년 예산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예보관 양성도 시급하다. 현재는 전체 예보관이 3명뿐이어서 야간·주말·휴일 등 교대근무도 어렵다. 다음 주 국립환경과학원을 중심으로 기상청·수도권대기환경청·한국환경공단 등 12명으로 예보 전담팀을 구성한다. 하지만 예보관은 하루아침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예보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순태 교수는 “예보관의 최종적인 판단이 중요한데, 예보관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5년 정도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7일 수도권·충청·강원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31~80㎍/㎥)’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환경과학원은 “ 7일 오후 늦게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중국 오염물질이 일시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비해 외출 시 황사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