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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델라' 시사회 중 급보 … 배우·관객 함께 눈물

중앙일보 2013.12.07 01:40 종합 3면 지면보기
1990년 27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을 때 넬슨 만델라는 교도소 앞에 몰려온 흑백의 환영 인파에 놀랐다. “백인들까지 그렇게 환영할 줄은 몰랐다”고 생전에 그는 지인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에게 회고했다. 흑백 차별 종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인류의 어른, 만델라를 떠나보내는 슬픔 앞에 인종·성별·국적이 있을 리 없다. 6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만델라의 자택 앞에서 오열하는 한 흑인 할머니를 백인 청년이 따뜻이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이터=뉴스1]
#. 5일 저녁(현지시간) 런던 레스터 광장의 오데온 극장.


[넬슨 만델라 1918~2013]
전 세계가 함께 추모 물결
관람하던 두 딸 자리 뜨며
"끝까지 상영 해달라" 부탁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의 시사회가 열렸다. 만델라의 세 딸 중 둘째 제나니와 셋째 진지를 비롯,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부인 캐서린 등 귀빈들이 자리를 함께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친 만델라의 삶을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채 끝나기 전 만델라의 두 딸은 자리를 황급히 떴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긴급 발표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만델라 별세’였다. 하지만 영화 상영은 계속됐다. “상영을 중단하지 말아달라”는 만델라 딸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영화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은 관객들은 종영 직후 접한 만델라 타계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관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내 관객들은 분위기를 정리하고 숙연한 가운데 2분간 묵념으로 만델라를 추모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만델라 타계는 비극적인 소식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 5일 오후 11시30분 남아공.



 국영TV 정규방송이 중단되며 주마 대통령이 등장하는 순간 남아공 국민은 마디바(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애칭)가 그들을 떠났음을 눈치챘다. 주마 대통령은 “우리는 아버지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델라가 오후 8시50분 타계했음을 발표했다. 직후 남아공의 모든 술집에서 음악이 사라졌다. 관공서에는 조기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요하네스버그의 만델라 자택 주변에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한쪽에선 촛불을 든 사람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다른 쪽에선 동그랗게 무리 지어 고유의 민속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아프리카에는 고인의 생을 기리는 뜻으로 장례 때 춤을 추는 지역이 많다. 만델라가 젊은 시절에 살았던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지역의 집 등 그의 흔적이 서린 곳마다 추도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추모 열기는 남아공을 넘어 전 세계를 뒤덮었다. 국가와 인종·종교 등을 넘어선 추모가 이어졌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남아공을 ‘용서와 화해’의 땅으로 탈바꿈시킨 만델라를 떠나 보내는 아쉬움과 그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성취를 이뤄낸 그분이 없는 내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델라와 같은 시기에 미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은 “가장 중요한 지도자이자 가장 훌륭한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세계의 위대한 빛이 사라졌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 역사를 새로 쓴 위인”으로 고인을 평가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화해의 메시지로 새롭고 더 좋은 남아공을 만들었다”고 칭송했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내고 “고인은 오랜 세월 남아공을 분열시킨 인종차별정책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였다”고 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만델라 전 대통령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이며 중국과 남아공의 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민화합을 중심에 두고 큰 성과를 거둔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지구촌 각계에서도 애도의 뜻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는 추모의 뜻으로 당분간 209개 회원국의 국기를 조기로 게양하기로 했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는 “1998년 아버지와 함께 만델라의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며 고인의 별세를 아쉬워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그를 만날 때마다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의 용기는 세상을 바꾸었다”며 슬픔을 표시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서울=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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