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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고통" 원전 마피아 무더기 징역형

중앙일보 2013.12.07 01:25 종합 8면 지면보기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에 연루돼 기소된 JS전선·새한티이피·한국전력기술·한국수력원자력 등 기관의 임직원 11명에게 1심에서 최고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불량 부품 납품으로 원전 6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너무 크고 원전의 신뢰까지 떨어뜨려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원전에 쓰인 불량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JS전선 엄기준(52) 고문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JS전선과 새한티이피(시험업체), 한국전력기술(시험결과 승인기관), 한국수력원자력(발주처·한수원)의 임직원 10명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원전용 케이블을 납품해 온 JS전선은 LS그룹 계열사다. 법원은 이른바 ‘원전 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이 공모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량 케이블 납품으로 현재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원전 6기가 멈춰 서 있다.

법원, 가동중단 책임 물어 엄벌
불량 케이블 성적서 위조 지휘
LS 계열사 JS전선 고문 12년형
나머지 10명에 2년6월~5년형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JS전선 엄 고문에게 “가장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엄 고문은 2008년과 2010년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제어케이블 등 182억원어치를 납품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엄 고문이 시험성적서 위조를 사실상 진두지휘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불량 부품 납품으로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모두 9조9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상당수 국민이 극심한 전력수급 불안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전 주변 반경 30㎞인 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는 국민이 487만 명으로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인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이은 이번 사건으로 국민이 느끼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아무리 훌륭한 유·무형의 시스템을 구축해도 이를 운영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의지가 없다면 소용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나머지 10명의 피고인에게 징역 2년6개월에서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하거나 공모에 가담해 기소됐다.



 재판부는 한수원과 한전기술 직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수원 송모(48) 부장과 황모(46) 차장 등에게 “갑(甲)의 위치를 이용해 을(乙)인 한전기술에 부당 압력(시험성적서 위조)을 행사했기 때문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남은 재판은=시험성적서 위조와 함께 원전 비리의 또 다른 갈래는 ‘권력형 금품수수’다. 원전 설비·부품 업체들이 정권과 한국전력·한수원 등 관련 기관 고위층에게 납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준 것이다. 대표적인 금품 제공처는 현대중공업과 한국정수공업이다. 검찰은 현대중공업이 한수원 송 부장에게 비상 발전기 등의 납품청탁과 함께 10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8명을 기소했다. 결심공판은 오는 10일 열린다. 원전설비 및 관리용역 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은 보다 전방위 로비를 했다. 원전브로커를 동원해 김종신(67) 전 한수원 사장에게 1억7000만원을 건넸고 이윤영(51) 전 서울시의원을 통해 ‘왕차관’이라 불린 전 정부 실세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까지 연결됐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8~9명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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