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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소 팔아 대학 보낸다" … 다문화 가정의 희망 송아지

중앙일보 2013.12.07 01:02 종합 13면 지면보기
[경기도 이천시, 2013. 12]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에 사는 김은채(12·오른쪽)양과 윤일(6·가운데)군의 집에는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재작년 이 집 식구가 된 ‘초롱이’는 훌쩍 자라 그새 ‘이쁜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배 속의 식구가 세상에 나와 한 마리 더 늘어납니다. 결혼해 이주해온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 전애화(37·왼쪽)씨는 물론 은채양과 윤일군은 새끼를 쑥쑥 잘 낳는 초롱이가 예쁘기만 합니다. “100마리까지 낳았으면 좋겠다”며 웃습니다.



 ‘초롱이’는 송아지 때인 2011년 ‘다문화가족 희망송아지 나눔사업’을 통해 이곳에 왔습니다. 희망송아지사업은 농협이 다문화가족 자녀의 진학을 위한 종잣돈 마련에 도움을 주고자 2011년에 시작됐습니다. 올해도 지난 3일 100마리의 송아지가 다문화가족 100가구에 ‘희망’이 되어 분양됐습니다. ‘희망송아지’는 릴레이식으로 나눠집니다. 분양받은 소가 처음 송아지를 낳으면 다른 곳에 재분양돼 또 다른 다문화가족의 희망이 되어주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새끼부터는 나눠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래서 ‘이쁜이’도 다른 곳에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 설성농협 덕분에 같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료값이 너무 올라 보탬이 되지 못한 사정을 잘 알고 배려한 덕분입니다.



 옛날엔 ‘소 팔아 대학 보낸다’고 했습니다. 30년 전에는 한우 한 마리가 60만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대학 연간등록금이 10만원 남짓했으니 소 한 마리만 팔아도 4년간 대학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소 한 마리는 대학 한 학기 등록금도 안 됩니다. 현재 대략 소값은 350만~400만원 정도인데 연간 대학등록금은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 은채양과 윤일군에게는 초롱이·이쁜이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희망입니다. 그래서 두 남매는 매일 만져보고 싶지만 훌쩍 커버린 초롱이와 이쁜이가 이제는 무섭습니다. 그래도 초롱이와 이쁜이를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희망’으로 키워 ‘희망’으로 잘 자라길 바랍니다.



<캐논 EOS-1DX, 125분의 1초, 조리개 f5.6>



글·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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