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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떠난 뒤 남아공, 흑백갈등 재발 우려 … '백인 대학살' 괴담 떠돌아

중앙일보 2013.12.07 00:58 종합 14면 지면보기
만델라의 서거로 향후 남아공의 정세도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존재 자체만으로 다인종·다민족인 남아공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던 그가 사망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여러 문제들이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만델라가 봉합해놓았던 흑백 갈등이 다시 터져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로 불만이 높아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백인들에게 향하고 있다.



 남아공 인종관계 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흑인들의 평균 연봉은 2300달러인 데 비해 백인들은 7배가 넘는 1만7500달러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들을 겨냥한 표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BBC방송은 ‘남아공의 백인들에겐 미래가 있는가’라는 보도에서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가 살해될 확률은 경찰보다 두 배나 높다”고 전했다.



 남아공 소수인종 인권단체인 ‘아프리 포럼’의 에른스트 로에스트 사무처장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 사망 이후를 두려워하며 어떡해야 좋을지 묻는 백인들의 전화가 많다”고 전했다. 백인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는 괴담이 돌아 식료품을 사재기하거나 이주를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만델라를 계승한다는 상징성으로 20년간 굳건한 지위를 누려온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도 버팀목을 잃게 됐다. 안 그래도 만연한 범죄와 부패, 그리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던 ANC에 최대 위기가 닥친 셈이다.



 ANC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09년 총선에서는 400석 가운데 26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노동자 34명이 사망했던 론민 마리카나 광산 참사는 정부와 ANC에 대한 남아공 대중의 분노를 극대화했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AD)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만델라의 유산 때문에 ANC에 투표했다면 이제는 왜 투표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뚜렷한 후계 정치인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백인은 물론 흑인 기득권층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가 다수 부족인 줄루 출신인 까닭이다. 만델라를 비롯해 현 ANC 지도부 중에는 소수 부족인 코사 출신이 많다. 종족 간 파워게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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