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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박창신 신부 수사, 어떻게 볼 것인가

중앙일보 2013.12.07 00:14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을 한 박창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원로신부에 대한 수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수단체들이 “시국미사에서 북한을 두둔한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박 신부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놓고 “검찰이 즉각 수사를 벌여야 할 사안”이란 시각과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평등 원칙에 따라 사실 규명 필요하다



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박창신 신부가 신도 앞에서 외쳤다.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유신으로 복귀하고, 국정원 등 모든 공권력이 선거 개입했고, 컴퓨터 부정 개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 공격을 일본의 독도 군사훈련에 빗대어 정당하다고 하고, 이지스함이 3척이나 있었다며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일 리 없다고 강변하고, 부정으로 당선된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근대 법치국가는 자연상태에서 사회계약으로 국가를 탄생시키면서 종교를 포함한 모든 영역을 법치에 복종시켰다. 국가 안에서 종교는 많은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종교보다 앞서는 정의(正義)는 말한다. “터전 없이 존재 없다!” 이에 로마교황청도 성추행 사제의 처벌을 당연시한다. 물론 종교인도 부정의와 인권유린 참상에 대해 침묵할 이유는 없고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상징인 종교인의 더 큰 의무는 거짓말하지 말 것과 이웃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다.



 박 신부 강론의 진짜 문제점은 종교의식에서 거짓말과 과장으로 신자들을 선동했다는 점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거짓말을 공동체 생활에서 부도덕한 행위의 으뜸이라고 단언한다. 거짓말은 모든 범죄의 기본 양념으로 상대방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박 신부는 컴퓨터 개표 부정, 이지스함 3척, 서해 NLL은 북한 영역이라는 등의 거짓말로 신자들의 인간성을 농락했다. 또 다른 잘못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과 직결돼 있다. 그는 ‘플루트는 누가 가져야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져 직분에 어긋나는 것이 부정의임을 지적한다.



 결국 박 신부는 복음을 전파한 사제로서가 아니라 거짓말하고 선동한 것에 대해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많은 종교인을 대상으로 했던 FBI의 코인텔프로(COINTELPRO·방첩 프로그램)는 수사의 방향을 알려준다. 어떤 글을 쓰고 누구와 접촉하고 지원받았는지를 가리는 것은 기본이다. 원래 종교나 사상이 내면에 머무는 한 절대적이다. 하지만 종교의식이나 집회처럼 외면으로 향하는 종교행사는 상대적인 자유다. 수사 비협조는 한입으로는 평등을 말하면서 다른 입으로는 특권을 말하는 이중인격이다. 법 앞의 평등은 신 앞의 평등의 세속에서의 모습이다. 따라서 박 신부는 신부복의 베일을 벗고 자발적으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수사의 필요성은 많다. 잘못을 뉘우치면 검찰은 기소유예를 할 수도 있다. 무죄라고 하는 경우에도 O J 심슨 사건이 말해주듯 수사는 절실하다. 금발의 백인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은 심슨은 흑인 차별이란 인종 문제를 쟁점으로 내세워 절차가 중요시되는 형사소송에서는 배심원의 심금을 울려 무죄를 받아냈다.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민사소송에서는 천문학적 배상을 명령 받아 유죄의 단죄를 받았다. 수사 기록에는 박 신부의 거짓발언으로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이유도 담길 것이다. 검찰은 무죄가 나올 수도 있는 재판 구조를 두려워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밝히면 족하다. 이것이 종교에 대한 법의 정의다.



 ‘세속은 하늘을 못 이긴다’는 논리로 처벌을 유보하자는 의견도 이해한다. 하지만 법의 여신 디케는 눈에 안대를 하고 양손에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눈을 감음으로써 신분이 누구이든지 정의를 훼손한 사람은 칼의 단죄를 받아야 함을 웅변한다.



한희원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범죄 아님이 명백 … 수사할 이유 없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창신 신부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한 발언에 대해 보수단체 쪽에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참에 박 신부의 시국미사 강론 전문을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보았다.



 그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인한 부정선거로 민주주의가 붕괴된 현실을 질타하고 정당성을 잃은 권력이 노동자·농민·서민의 삶을 억압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그런 정치권력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권력이 앞장선 ‘종북몰이’는 북한과의 적대적 긴장을 조성하는 것을 배경 삼아 행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 간에 화해와 교류가 중요한데도 거꾸로 북한과의 적대적 긴장을 만들고, 서민들의 사회적 비판과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강론 말미에 박 신부는 북한과의 긴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예로 연평도 포격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무려 120만 건이 넘는 댓글 달기를 조직적으로 감행한 국정원에 이어 국가보훈처, 군 사이버사령부까지 댓글 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건만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검찰 수사를 압박하려 했다. 그날 박 신부 강론의 요지는 바로 이 점을 질타하면서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었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보수단체들은 엉뚱하게도 박 신부의 연평도 발언을 꼬투리 잡아 ‘종북구현사제단’이란 극단적인 폄훼와 종북몰이에 혈안이 돼 있다. 그의 발언은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한 것이 정당했다고 주장한 것도 아니다. 서해상의 NLL 부근은 북한과의 갈등이 있는 곳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호국훈련을 하면서 굳이 그곳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식으로 포격훈련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는 것이 발언의 취지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들이 박 신부의 전체적인 발언취지를 왜곡시키면서 그의 연평도 발언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행태야말로 박 신부가 질타하고자 했던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의 전형인 것이다.



 그의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박 신부의 발언은 연평도 발언까지 포함해 위의 요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한 것도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사는 수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범죄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 검찰은 고소·고발을 각하함으로써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박 신부의 발언은 각하 대상이다. 그의 발언을 가지고 수사를 한답시고 계속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종북몰이다.



 건강한 시민의 비판을 억압하는 식의 종북몰이는 당장 멈춰야 한다. 오히려 박근혜정부는 종교에서 연이어 나오는 현 시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갖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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