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생 칼럼] 어르신들이 얼리어답터가 된다면?

중앙일보 2013.12.07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민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잠시만 기다려 줘, 남편에게 전화를 한 통 해야 할 것 같아.” 운전자석에 앉은 할머니는 전화기 대신 카오디오 쪽에서 남편의 연락처를 찾아 연결하고는 운전을 시작하셨다. 차는 출발했고, 통화 연결음이 차 전체에 울렸다. 아, 이게 블루투스 핸즈프리구나 싶었다. 드라마에서 이 기능을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71세 할머니가 자연스럽게 자동차 운전석에 올라타고, 능숙하게 스마트 기기들을 사용하는 모습은 나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이 에피소드는 단지 일부일 뿐이다. 지난겨울 미국의 한 노부부와 한 달간 같이 살면서 두 분이 스마트 환경에 적응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참고로 할아버지는 78세, 할머니는 71세였다. 두 분은 새로 나온 물건들을 사용해 보려 기꺼이 시도하셨고, 많은 기능을 자유롭게 다뤘다. 할아버지는 가끔 내 페이스북에 좋은 기사를 공유해 주시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르신들께서 첨단 기기들을 다루시는 장면은 내 주변에선 그리 흔하지 않다. 한 달쯤 전에 새로 구입한 엄마의 차에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설치해 드렸는데 아직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명백히 드러난 바 있다. 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55세부터 65세 한국 어르신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 18개국 중 17등이라고 한다. 컴퓨터 사용 능력 등급을 5가지로 나눴는데 첫 번째 등급인 ‘경험 없음’에 해당하는 분이 무려 63.5%였고, 가장 높은 레벨에 해당하는 분은 0%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어르신들의 언어 사용 능력이나 수리적 능력은 컴퓨터 사용 능력에 비해 준수하고 OECD 평균에 비해서도 훨씬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약 50%가 빈곤선 이하에 처해 있을 정도로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된 육체노동에 저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이것으로는 노인 빈곤이 더 악화될 수 있지 않을까. 육체노동으로 인한 건강 저하는 의료비 지출과 노동 일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 공급자로서 참여하되 고된 육체노동에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 노년층·장년층에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한 역량 강화가 좀 더 이뤄진다면 어떨까 싶다. 어르신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폭이 더 커지고, 그 덕분에 노인 빈곤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특히 우리 어르신들이 언어 사용이나 수리적 능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노년층에는 충분한 잠재력이 보인다.



이민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

(www.facebook.com/icolumnist)

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