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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험 수위 넘어선 계층·이념 갈등

중앙일보 2013.12.07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어제 국민대통합위원회 공청회에서 우리 사회에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계층 갈등(74%)이 4년 연속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혔다. 이념 갈등(73%) 역시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념 갈등을 지적한 응답비율은 지난해 조사에 비해 9%포인트나 높아졌다.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은 동전의 양면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이념 대립이 불거지는 법이다.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이 고조되면 실용적인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증오와 폭력이 앞서고, 나만 옳다는 선악 개념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은 잘 통하지 않고 극한투쟁이 빈번해진다. 해군 기지나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그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사법적 판단으로 끝장을 보자며, 심지어 국회의원들마저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검찰로, 법원으로 달려가는 것 또한 그런 현상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통합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결속력의 정도는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1위에 불과했다. 이 상태로는 사회통합을 유지하기 어렵다. 경제발전을 해봤자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작게는 연간 82조원, 크게는 연간 246조원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의 갈등을 선진국 수준으로만 개선시킨다면 가만있어도 국내총생산(GDP)이 7~21%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모여 사는 한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의 와중에서도 상호 공동의 이익기반을 도출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말이다.



 물론 갈등의 골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론 실행하기 쉽지 않다. 사회구조나 국민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일단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한다. 예컨대 프랑스처럼 공공토론위원회(CNDP)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랑스에선 이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냄으로써 갈등 예방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또 대규모 국가사업을 계획할 때 잠재적 갈등이 일어날 요소와 대처방법 등을 미리 따져 보는 갈등영향평가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근본적으론 정치 리더십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네 편 내 편 갈라 싸우기만 하는 우리 정치는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반대를 거추장스럽다고 깔아뭉개면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진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첫째 과제로 ‘부패와 특권 타파’(30%)와 ‘정치 안정’(24%)이 많이 꼽힌 것 역시 정치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비록 갈등이 심하다곤 하지만 우리 내부엔 나름 연대와 응집의 유전자(DNA)가 있다. 거기에서 통합의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일은 결국 포용적 리더십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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