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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잔존 세력, 김정은 실책 틈타 반기 들 수도"

중앙일보 2013.12.06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5일 오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학술회의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 당초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틀 전 불거진 장성택 실각설에 초점이 모아졌다. 북한 전문가와 내외신 취재진은 물론 일본·프랑스 등 서울 주재 대사관 관계자들까지 참석했다. 주최 측이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이란 점 때문에 관심은 더욱 쏠렸다.


국가안보전략연 학술회의서 제기
"이번 숙청 희생자 3만명 이를 것
북 거대한 혼란에 휩싸일 수도"



 주제발표를 맡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과 지난해 7월 숙청된 이영호 총참모장의 몰락을 지켜본 수많은 군부와 노동당의 간부들은 급속히 최용해 총정치국장의 주변에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와 함께 장성택·최용해가 분담해온 김정은 체제 후견인 역할의 균형추가 무너지면서 권력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장성택 세력이 김정은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 연구위원은 “장성택의 호위무사 역할을 해온 인민보안부와 사법·검찰, 그리고 당 간부들에 대한 숙청의 회오리바람은 북한에 거대한 혼란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잔존 세력은 김정은이 정책적 과오를 범하거나 체제가 혼란에 빠질 경우, 또 김정은이 자신들을 제거하려 할 경우 김정은에게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번의 경우 김정일 집권 초기 벌어진 ‘심화조 사건’(반당 혐의 등으로 2000여 명 숙청)과 차원이 다르다”며 “향후 짧은 기간에 김경희가 사망할 경우 최용해가 권력의 확실한 2인자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파장에 대해 고 연구위원은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때 3000여 명의 측근과 제자 등이 처형되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며 “장성택 사태의 여파는 그 10배 정도며 희생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으로 김일성 주석의 프랑스어 통역관을 지낸 고 연구위원은 국정원 비공개 정보문건 등을 토대로 발제문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공관 근무 때 현지를 방문한 장성택을 접한 일화도 소개했다. 장성택이 자신을 위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장 부장동지의 만수무강을 위해 잔을 들자’고 제안하자 그를 그 자리에서 해임했다는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40년간 북한체제에서 살아남으면서 이처럼 조심하고, 어떤 일을 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아는 장성택이 김정은의 권위에 대드는 멍청한 짓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학술회의 기조연설을 맡은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일파에 대한 숙청 바람은 김정은 체제 확립을 위한 일종의 권력 정지 작업이 거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 것”이라며 “군부 강경파들이 남북관계를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 삼아 대남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공개처형된 장성택의 측근인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에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 ▶월권 ▶분파행위 등 3가지 죄명이 적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두 사람이 ‘장성택 등의 뒤에 숨어서 당 위의 당으로, 내각 위의 내각으로 군림하려 했다’고 비판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경제과업 관철 및 군사 분야에까지 관여하려 책동했다’는 비난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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