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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이세돌 … 스케줄이 우승 변수

중앙일보 2013.12.06 02:30 종합 23면 지면보기
이세돌 9단(왼쪽)이 세계 바둑을 점령한 중국 ‘90후’의 한 명인 탕웨이싱 3단과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놓고 결전을 치른다. 중국은 올해 5개 메이저 대회를 휩쓸었다.


이세돌 9단 대 탕웨이싱 3단이 펼치는 2013삼성화재배(우승상금 3억원) 결승전이 10~12일 사흘간 쑤저우(蘇州)에서 열린다. 올해 한국 대 중국의 마지막 대결이자 마지막 세계대회 결승전이다. 2013년은 악몽이었다. 응씨배는 판팅위가 차지했고 LG배는 스웨, 바이링배는 저우루이양, 춘란배는 천야오예가 가져갔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몽백합배 결승전은 같은 중국기사인 구리 대 미위팅의 대결이다. 이런 판국에 삼성화재배마저 중국 손에 들어간다면 어찌 될 것인가. 2013년은 세계를 지배했던 한국이 처참하게 몰락한 한 해로 바둑사에 기록될 것이다. 바둑팬들이 숨죽여 삼성화재배 결승전을 기다리는 이유다.

10~12일 삼성화재배 결승
지난달 한·중 오가며 15판
빅 매치 앞두고 살인적 일정



 지난 세월 한국은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의 4천왕을 앞세워 무적시대를 일궈냈다. 이창호 9단의 뒤를 이세돌 9단이 이어받으며 20년 동안이나 왕좌를 지켜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물밀 듯한 공세에 밀려 한국 바둑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중국은 구리 9단의 뒤를 이어 ‘90후’들이 대거 등장했다. 판팅위(17)-스웨(22)-저우루이양(22)-미위팅(17) 등 2013년을 수놓은 강자들이 모두 90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 9단과 맞서는 탕웨이싱 3단 역시 1993년생으로 올해 20세의 신예다.



 한국에도 박정환 9단(20)이 있지만 그는 혼자다. 숫자에서 중국에 턱없이 밀린다. 나현(18), 이동훈(15), 변상일(16), 신민준(14), 신진서(13) 등 반짝이는 별들이 있지만 아직은 자라는 중이다. 30세의 이세돌 9단이 더 버텨줘야 한다. 자라는 어린 기사들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한국랭킹 1위 이세돌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꼭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결승에서 맞서는 탕웨이싱 3단은 맹렬하게 떠오르고 있는 신진 고수다. 중국 랭킹은 11위. 준결승에서 중국 2위 스웨 9단을 격파했다. 올해 세계대회 전적은 23승5패. 승률이 82%를 넘는다. 그러나 그 어떤 전적을 들이대도 탕웨이싱은 ‘이세돌’이란 이름 석 자에는 상대가 안 된다. 이세돌은 컨디션이 회복된 9월 이후 16연승을 거두는 등 연전연승했다. 이때의 컨디션이라면 우승은 걱정할 게 없다. 하나 9월과 10월에 성적이 너무 좋았던 탓에 부작용이 나타났다.



 11월 한 달간 이세돌은 서울과 중국을 오가며 무려 15판을 치렀다. 최근 보름간은 특히 심했다. 20~21일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두 판, 23일 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24일 베이징으로 날아가 구리 9단과의 10번기 개막식 참가, 26일 서울로 돌아와 최철한과 명인전 결승 3국, 28일 광저우에서 판팅위와 중국리그, 30일 박정환과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그리고 12월 3일엔 조한승과 국수전 도전기 1국을 뒀다. 살인적인 강행군이 이어졌고 기진맥진한 이세돌은 최철한-박정환-조한승에게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바둑사에 한 획을 그을 결전을 앞두고도 이세돌 9단은 쉬지 못한다. 그게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전의 유일한 변수일지도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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