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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후보 된 서원이 호남에 둘

중앙일보 2013.12.06 01:08 종합 16면 지면보기
문화재청은 전국 600여 서원 중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왼쪽)과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오른쪽) 등 9곳을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사진 장성군·정읍시]


서원은 조선시대 유림들이 학문을 닦고 인격을 수양하던 공간이었다. 국내에 현존하는 서원은 600여 개에 이른다. 이곳에 가면 선비 문화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자연과 일체감을 이루는 전통건축 양식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최근 서원 9곳을 골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에서는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이 들어 있다.

[주말 이곳]
최치원 기린 정읍 무성서원
단아한 단청 한국미 돋보여
김인후 추모 장성 필암서원
강당·사당 등 좌우대칭 탁월



 장성군 황룡면의 필암서원(筆巖書院·사적 242호)은 하서(河西) 김인후(1510∼1560) 선생의 높은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90년(선조 23)세워졌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소실되자, 1624년에 복원한 뒤 1672년 현재 위치로 옮겼다.



 하서는 장성 출신으로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큰 선비다. 38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인종의 세자 시절 스승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인종이 죽고 나자 고향으로 내려와 다시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배우기 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평생을 지냈다고 한다. 정조 임금이 “도학과 절의, 문장을 두루 갖춘 이는 오직 하서뿐”이라는 칭송을 할 정도로 추앙을 받았다. 필암서원은 대원군의 서원 철폐 때도 피해를 보지 않은 유서 깊은 곳이다.



 서원에는 문루인 확연루, 강당인 청절당, 사당인 우동사가 질서정연하게 좌우 대칭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학문하는 공간인 동재·서재와 목판본이 보관된 장판각, 인종 임금이 내린 그림 묵죽도와 묵죽도판이 보관된 경장각도 있다.경장각에는 하서의 절개를 높게 평가한 정조가 내린 편액도 걸려 있다.



 필암서원 주변에는 홍길동 생가가 있다. 장성군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출생지가 이 고장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건립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5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홍길동 이야기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갖추어 놓았다.



 정읍시 칠보면의 무성서원(武成書院·사적 166호)은 신라 말의 유학자였던 고운(孤雲) 최치원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조선 성종 15년(1484년)에 ‘태산사(泰山祠)’란 이름으로 지었다. 고운은 정읍 태인 군수를 지냈다.



 서원 입구 2층 문루인 현가루는 고운이 백성을 잘 다스려 풍요로운 고장이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아한 문양의 단청이 한국적 미(美)를 상징한다. 문루를 지나 마주하는 마당에는 200~300년된 은행나무·향나무가 초겨울 정취를 자아낸다.



 마당 앞에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서당(명륜당)이 모습을 드러내고 뒤쪽으로는 사당(태산사)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는 고운 영정과 조선 중종 때 태인 현감을 지낸 신잠(申潛), 유학자 정극인(丁克仁) 등 6명의 위패도 모셔져 있다. 무성서원은 주민과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마을과 동떨어져 있는 다른 서원과 달리 마을 한가운데 있으며,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을 모면하고 옛 자취를 간직한 점 등이 그러하다.



 무성서원 200m 전방에는 태산선비문화사료관이 있다. 최초의 민간 향약인 ‘고현동 향약’과 관련된 사료가 전시돼 있다.



장대석·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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