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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힘 … 미국 수출 르네상스

중앙일보 2013.12.06 00:47 종합 19면 지면보기
“다른 나라들은 언제부턴가 미국을 수출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있다. 이런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겠다.”


10월, 1927억 달러 사상 최대
대미 흑자 많은 한국엔 먹구름

 2010년 2월 4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이 했던 얘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주일 전 밝힌 ‘국가 수출진흥 계획(National Export Initiative)’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크 장관의 말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3년8개월이 흐른 올 10월 미국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 산하 통계국은 10월 상품·서비스 수출액이 1927억 달러(약 204조원)로 집계됐다고 4일 발표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5% 늘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9월 95억9600만 달러에서 10월 130억6000만 달러로 36% 늘어난 덕을 봤다.



 “앞으로 5년간 수출을 배로 늘리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와 비교하면 아직 거리가 멀지만 변화는 분명했다. 올 10월 수입액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2333억 달러였다. 여전히 수입이 수출을 앞서지만 무역수지 적자 폭이 꽤 줄었다. 1년 전과 견줘 20억 달러 감소한 406억 달러였다.



 미국은 오랫동안 수입대국으로서 위치를 지켜왔다. 세계 경제가 나빠져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지갑을 열어 왕성하게 소비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대미(對美) 수출 덕에 외풍을 견디며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나날이 불어갔다. 세계 경기가 회복돼 수출이 늘어난다 해도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적자를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상황을 바꿔놨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 마노즈 프라단은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며 무역시장이 ‘제로섬 게임’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2009년 오바마 정부는 “수출과 제조업을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최후의 소비시장’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감을 얻은 미 정부는 수출 드라이브에 더욱 전력할 전망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연내 잠정 타결을 위해 협상을 서두르는 것도 그 일환이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막대한 흑자를 봤던 한국엔 그리 좋은 뉴스가 아니다. KB투자증권의 문정희 수석연구원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해 미국 내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 가운데 자동차·기계 부문은 아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자제품의 경우 수출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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