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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시간제 반대하는 교사들의 특권의식

중앙일보 2013.12.06 00:44 종합 30면 지면보기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인성교육 취재차 최근 영국의 한 사립 기숙학교를 다녀왔다. 재학생 대부분이 명문가 자제들이다. 전교생은 180명이 조금 넘는데 학교 부지가 52만㎡나 된다. 학교엔 교사 외에도 다양한 직업의 어른들이 학생들과 공존한다. 식사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옷을 빨며 잔디를 깎거나 수영장을 관리하는 이들이다.



 “학교 안의 모든 어른을 존중하도록 가르친다. 그래야 학생들이 예절과 배려를 배운다.”



 교장에게서 이 말을 들었을 때 고교 시절의 ‘맥가이버 아저씨’가 떠올랐다. 그는 학교의 ‘소사’, 요즘 용어론 ‘기능직 주무관’이었다. 전기·토목 등에 능해 고장난 물품을 척척 고쳤다. 못하는 게 거의 없는, 외국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따 학생들은 그에게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붙였다. 학생과 교사들에게 그는 ‘아저씨’로 불렸다. ‘선생님’은 교사에게만 쓰던 호칭이었다. 학교에서 교사 아닌 어른들은 ‘아저씨’거나 ‘아줌마’였다. 이런 호칭을 문제 삼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학교들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간선택제 교사제’ 도입을 놓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교사가 정규직 신분을 유지하며 주당 20시간 정도를 선택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업무를 절반으로 줄여 한 명의 일자리를 둘이 나누자는 취지다.



 교육부는 내년 2학기부터 기존 전일제 교사의 시간제 전환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교사 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전국교직원노조, 그리고 17개 시·도교육감 모두 교육 현장이 혼란해질 것이라며 ‘도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교육계 요구와 무관하게 ‘시간제 교사’ 카드를 꺼냈다. 교사들이 반감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에서 배타적 특권의식이 느껴져 씁쓸하다. ‘시간제는 단순 반복 업무인 일반직 공무원엔 가능해도 교직엔 안 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일반직들로선 참 듣기 거북한 표현이다.



더 큰 문제는 교사들이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제도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힌 보도자료 첫 쪽에 “교사는 일용직 파트타임 근로자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썼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취지겠지만 교사들이 일용직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들은 한국 사회의 엘리트다. 커트라인 높기로 유명한 교대를 졸업했거나 사범대를 나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원임용고사에 붙었다. 그래서인지 제자들 대다수가 맞닥뜨릴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회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학생 중 상당수는 ‘정규직 시간제’ 또는 ‘일용직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교사 대부분이 정규직 전일제 신분으로 채워진 학교에서 ‘정규직 시간제와 일용직 파트타임 역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역할’이란 인식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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