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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도 지금 내 공 던진다" … 변함 없는 돌부처

중앙일보 2013.12.06 00:27 종합 24면 지면보기
‘돌부처’ 오승환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새 구종을 익히기보다 지금의 내 공을 던지겠다”고 일본 진출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이 지난 3일 자신의 사인이 새겨진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오승환(31)은 여전히 돌부처같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2년 총액 9억 엔(약 95억원)에 계약했고 일본에선 벌써 수퍼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연일 일본 언론에 오르는 오승환
2년 뛴 뒤 메이저리그 도전할 것
시즌 중엔 야구 생각하기도 바빠
결혼 늦어질까 오히려 걱정이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오승환을 만났다. 2005년 삼성 입단 때부터 여러 번 그를 인터뷰했지만 큰돈을 받고 해외 진출을 확정한 지금은 조금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웃음기 없이 야구 얘기만 했다. “일본에선 떨어지는 변화구(포크볼 등)를 던져야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새 공보다는 내 공을 잘 던지면 된다”고 딱 부러지게 답했다. “일본에서 혼자 사는 게 지루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야구할 때는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다. 장가가는 게 늦어질까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혼 얘기가 나올 때 엷은 미소가 스치는가 싶더니 곧바로 표정이 딱딱해졌다.



일본의 스포츠전문 매체 스포츠닛폰은 오승환의 탈의한 모습을 1면에 소개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 한신과 계약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구단에 소속돼 있을 때와 달리 에이전트(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가 생겼다. 이것저것 잘 챙겨 준다. 그 외에는 똑같다. 웨이트트레이닝 하고, 자전거 타고, 가끔 등산도 한다.”



 - 일본 언론이 거의 매일 오승환에 대한 기사를 쓴다.



 “내가 상의를 벗은 사진도 났더라. (그런 기사가 나는 게) 낯설긴 하지만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 어떤 기사가 나와도 웃어넘길 수 있다. 내가 야구를 잘하면 칭찬을 받을 것이고, 못하면 욕먹는 게 당연하다.”



 - 팬들이 일본보다 미국에 가길 기대했다.



 “일본에서 2년간 뛰고 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2년간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당장은 서운하실지 몰라도 2년 후엔 나를 더 응원해 주실 거라 믿는다. 꼭 보답할 것이다.”



 - 일본의 다른 팀들도 영입 제안을 했는데.



 “팀을 선택할 때 여러 조건을 봐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내가 마무리로 뛰면서 팀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느냐다. 처음부터 끝까지 날 간절하게 원한 한신을 택하게 됐다. (한국에서 9년을 뛰며 5번 우승을 했지만) 우승은 여전히 목마르다.”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은 오승환을 셋업맨으로 영입하려 했다. 일본의 다른 팀도 오승환에게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제안했다.



 - 100억원 가까운 돈을 벌게 됐지만 삼성은 이적료 5000만 엔(약 5억3000만원)만 받았다.



 “사실 얼마만큼의 돈인지 실감나지 않는다. 아직 입금된 것도 없고(웃음). 수입 관리에 대해선 부모님과 상의할 것이다. 삼성구단에는 늘 감사하다. 삼성에 입단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



 일본 구단은 선동열·이종범·이상훈·정민철·정민태 등을 영입할 때는 그들의 연봉보다 더 많은 이적료(2억~5억 엔)를 소속 구단에 지불했다. 그러나 삼성구단은 “오승환에게 좋은 대우를 해 준다면 구단에 줄 이적료는 적어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 한신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의 등번호 22번을 달게 됐다.



 “처음엔 (삼성에서 달았던) 21번을 주겠다고 했다. 알아보니까 투수 이와타 미노루가 5년째 달고 있더라. 내 번호를 고집하느라 그 선수 번호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 입단하기도 전에 날 싫어하는 선수가 생기면 안 된다. 이후 한신이 22번을 달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내가 못하면 한신 팬들이 후지카와를 더 그리워할 수도 있다. 솔직히 부담되긴 했지만 프로선수라면 그걸 이겨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선동열 KIA 감독이 “결혼 후 해외에 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에서 뛰며 대구에서도 혼자 지냈다. 오사카에 있어도 부모님이 자주 오가실 것이다. 시즌 중에는 야구만 생각하기에도 바쁘다. 오히려 더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 연말 계획은 어떤가.



 “다음 주 일본에 다녀온 뒤 20일 이전에 괌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거기서 푹 쉬면서 훈련을 시작할 것이다. 몇 년째 임창용(37) 형과 괌에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나의 2014 시즌은 2013년 12월 20일 시작된다.”



 오승환은 1월 중순까지 괌에서 훈련한 뒤 한신의 캠프인 오키나와로 이동할 예정이다.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보름 정도 일찍 팀에 합류하는 것이다.



 - 일본 진출을 하니 투피치(직구와 슬라이더)로는 부족하다며 새 구종을 추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한신이 좋은 대우를 해 주며 날 데려가는 건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걸 보여 달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한국에서 던진 공(직구)만 보여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를 더 보여 주려다가 탈이 날 수 있다.”



글=김식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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