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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아를르의 여인’으로 유명세 탄 비제

중앙일보 2013.12.06 00:05 11면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르의 여인`.


성악가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르주 비제는 4세 때부터 피아노 악보를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9세 때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프랑스 국립음악원에 입학 허락을 받는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어린 천재는 모차르트 이후에도 무수히 있었음을 대변해준다 하겠다.



파리 국립음악원에서도 피아노는 물론 오르간 부문에서 수석을 차지한 비제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로부터 피아노 연주 솜씨에 대해 칭찬을 받는다. 후배들에 대한 리스트의 칭찬은 에드바르트 그리그에게도 음악적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적이 있으니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던 리스트의 성격이 비제라는 또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를 만들어낸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파리 국립음악원 재학 중 작곡부문 ‘로마 대상’에 도전해 입상한 지 1년 후에 마침내 대상을 수상해 로마로 국비유학을 다녀온 비제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오페라에 큰 영향을 받아 귀국 후에는 오페라 작곡에 전념했다. 그의 첫 오페라 작품인 ‘진주잡이’는 음악비평가나 대중들로부터 약간의 관심을 끌긴 했으나 그다지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작품은 아니다.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오페라가 아닌 극음악인 ‘아를르의 여인’으로 우리가 잘 아는 ‘마지막 수업’의 작가 알퐁소 도데의 희곡에 붙인 일종의 부수 음악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원래의 연극보다도 비제의 음악이 더 유명해진 ‘아를르의 여인’의 줄거리를 알아보자.



남프랑스의 플로방스 지방에 있는 아를르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부잣집 지주의 아들 프레데릭은 이 마을의 한 여인을 열렬히 사랑하지만 프레데릭의 집안에서는 이 여자의 과거가 불순하다며 결혼을 반대한다. 오페라 속 주인공의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반대하는 상투적인 이유인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남자 주인공인 알프레도가 자신이 사랑하는 비올레타의 아버지 제르몽으로부터 비슷한 논조로 반대를 받는다.



한편 비베트라는 아름다운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프레데릭의 집에 가끔 놀러 온 적이 있는데 프레데릭을 사모했다. 프레데릭은 비베트와의 결혼식 전날 밤에 프레데릭이 춤추는 아를르의 여인에게 마음이 끌렸다. 결국 갈등하던 프레데딕이 곡물 창고에 있는 높은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알퐁소 도데 원작의 이 통속적 연극에 붙인 27곡의 부수 음악 중에서 4곡을 연주회용으로 편곡한 것이 바로 ‘아를르의 여인’이니 어쨌거나 알퐁소 도데와 아를르의 여인은 비제의 짧은 음악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1872년 파리에서 초연됐으나 원작은 별다른 호평을 받지 못하고 음악만 유명해진 ‘아를르의 여인’에 정작 무대에는 여인이 출연하지 않는다. 스승의 딸과 결혼해 무난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게다가 얼굴도 모르는 아를르의 여인 덕분에 음악가로서의 명성까지 얻은 비제는 여자 복도 많은 사람이라 하겠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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