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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수도권 기업 고작 75개 이전 … "융복합산업단지 전환 필요"

중앙일보 2013.12.06 00:05 1면
미래 성장동력이 집중된 수도권 기업 유치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2·3·4산업단지 모습. [사진 천안시]


천안시가 수도권규제완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8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해 3조원이 넘는 투자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마냥 자축할 일만은 아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은 75개에 불과하다. 비교 가치가 없을 정도로 수도권기업 이전 실적이 전무하다. 수도권이전 기업에 지원하는 지자체 보조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 데다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들이 이전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맞춤형·브랜드화·융복합단지 등 산업단지 특화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규제완화 직격탄 맞은 천안시



천안시의 올해 기업유치 실적이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26개 기업을 유치했다. 민선 5기 출범 후 지난 2010년 204개, 2011년 211개, 2012년 193개, 2013년 226개 등 1년 평균 208.5개의 기업 유치 실적을 거뒀다. 지난 4년을 합하면 모두 834개 기업이 천안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기업으로 1만9193명의 고용창출과 3조170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올해에만 130만㎡의 공장부지를 분양했고 4296명의 고용창출, 1조280억원의 투자성과를 올려 천안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반도체와 메모리카드를 생산하고 있는 STS반도체통신㈜의 경우 1203억원을 투자해 제2산업단지에 1만3945㎡의 부지를 확보, 200명을 고용했다. 4500억원을 투자해 천흥산업단지에 입주할 예정인 현대스틸산업㈜도 70명의 고용효과를 거두며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도시성장을 예측하고 지역 성장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산업단지를 조성, 창업과 이전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52만4000㎡ 규모의 제5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79만7000㎡의 제3산업단지 확장, 162만7000㎡의 풍세일반산업단지 조성을 마무리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한 점과 적극적인 행·재정 지원이 타 지역 기업을 유치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최관호 기업지원과장은 “국내외 경기침체 속에서 해마다 200개 이상 기업을 유치해 시정 제1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첨단업종 우량기업과 외국자본 유치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줄어 수도권기업 이전은 전무



천안시의 눈부신 기업유치 성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씁쓸함이 든다.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2010년 60개 기업이 천안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에는 8개로 뚝 떨어졌고 2012년에는 7개 기업만 천안에 둥지를 틀었다. 올해 실적을 보면 더욱 답답하다. 1개 기업이 수도권에서 왔지만 고용인원은 고작 1명. 사실상 실적으로 보기도 어려워 천안시는 통계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 4년간 수도권에서 이전한 75개 기업의 투자금은 4797억원, 고용인원은 3440명이다. 올 한해의 기업유치 성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규모가 2010년 이후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기업을 이전할 때 주는 입지보조금이나 시설투자비용 등에 대한 혜택이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 수도권기업이 천안으로 왔을 때 지원한 보조금 현황을 보면 2009년 58억1500만원(3개 기업), 2010년 20억원(2개 기업), 2011년 49억9500만원(4개 기업), 2012년 6억6400만원(1개 기업)에 그쳤다.



지난 5년간 132개 기업이 수도권에서 천안으로 이전했는데 이중 10개 기업(134억7500만원)만 혜택을 받았다. 올해에는 보조금을 지원할 기업이 없어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특히 천안의 경우 수도권 인접지역에 해당돼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지원 비율이 더욱 줄었다.



제도가 시행된 2004년 입지투자액의 50%를 지원했다가 2009년에는 70%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2011년 보조금 제도 전면 개편으로 천안을 비롯한 아산과 당진 등 수도권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 비율이 20%로 대폭 축소됐다. 2012년에는 이마저도 15%로 줄었고 올해에는 10%까지 낮아졌다. 기업들이 천안으로의 사업장 이전에 따른 혜택에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수도권규제완화 분위기까지 확산되면서 지방 이전에 더욱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을 원하는 기업이 없는 데다 보조금을 지원해 줄만한 우량기업을 발굴하기도 어려운 시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정책이 더 이상의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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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느낄만한 맞춤·융복합단지 필요”



전반적인 기업유치 성과는 화려하지만 천안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집중된 수도권 소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총생산의 48.8%, 제조업체의 56.9%(2011년 기준)가 수도권에 있고 경제활동의 중추기능을 수행하는 500인 이상 기업의 60.3%, 1000대 기업 본사의 84.0%, 국내 상장사의 73.8%, 예금의 71.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65.4%에 달하는 국세 징수도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수도권기업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비율과 같이 정책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는 혜택 보다 기업을 불러들일 매력적이고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본영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 이사장은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대응에 앞서 ‘무엇이 천안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인식을 비롯해 입주비용, 경쟁력, 삶의 여건, 교육·의료·편의·복지시설 등에 대해 철저히 수요자 입장에 서서 수도권기업 유치를 위한 시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특히 “천안·아산탕정의 융복합산업단지가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을 고려해 향후 융복합산업단지로의 전환과 효과 극대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지명과 단지가 결합된 획일적인 이미지의 산업단지 명칭을 비전과 역할에 따라 특화 시키는 맞춤형 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천안시정발전연구센터는 최근 천안축구센터에서 ‘수도권규제 완화에 따른 천안지역 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강태우 기자



◆지방투자촉진 보조금=기업의 지방 투자를 촉진해 수도권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됐다. 지자체가 기업유치 과정에서 국비·지방비 매칭(수도권 인접 지역 50대 50)으로 수도권 기업 이전, 지방 신·증설 투자, U턴 기업에게 보조금(입지보조, 설비투자)을 지원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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