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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특위'의 역사적 책무

중앙일보 2013.12.05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가정보원의 민주적 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천신만고 끝에 ‘국정원 개혁특위’에 합의했다. 여야 강경파 사이에는 서로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댓글 사건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다시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사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국정원 개혁은 주요 과제로 추진됐다. 하지만 큰 의욕을 보이며 시작하지만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만큼 국가최고정보기관에 손을 대는 일은 과거 하나회 해체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국정원 자체 개혁보다는 훨씬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국정원 특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며, 입법권까지 부여됐다. 이번 여야 지도부의 합의에 아직도 일부 강경파가 반발하고 있지만 이 과제만큼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 큰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하는 만큼 특위는 사안의 엄중함과 책임감을 느끼고 국정원 개혁에 확실한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



 국정원 특위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다. 지금 전개되는 국정원 현안은 내부 직원들의 정치 개입 혹은 선거 개입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사이버 대북심리전이나 종북과 대결을 명분으로 정치나 선거 관련 댓글, 트위터를 수도 없이 퍼뜨렸다. 검찰은 이런 과정이 지난 정부 국정원 간부들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선거의 민주적 정통성을 파괴하는 심각한 일이다. 더군다나 정부 예산을 써서 정보기관장의 보호와 철저한 비밀과 통제 속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면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상급자가 정치 관여를 요구할 경우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거부할 권리, 정치 관여에 대한 내부 고발자의 신분 보장, 공무원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연장 등은 그러한 장치의 일부다.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니만큼 지체 없이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정원과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의 지위와 속성상 대통령에게만 보고하고 책임진다. 조직운영, 예산심의, 국정원장의 활동에 대해 국회에 더 많이 노출되고 더 강하게 통제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임시위원회 형태로 돼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국회에 예산안 산출 내역 없이 총액안만 제출할 수 있고, 감사원 감사도 국정원장이 기밀이라고 판단하면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국정원장에게 사전 보고되지 않으면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도 할 수 없는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다.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때 작동됐던 이런 것들은 이제 국회의 민주적 통제라는 관점에서 재조정돼야 할 것이다.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을 다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 다만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정부의 방첩과 대공수사 기능이 훼손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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