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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논쟁 16년 만에 존엄사 선택 법 초안 마련

중앙일보 2013.11.29 00:56 종합 1면 지면보기
1997년 12월 의료진이 소생이 어려운 환자를 가족의 요청에 따라 퇴원시켰다가 살인방조죄로 처벌을 받았다. 연명의료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보라매병원 사건이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병원에 장기입원한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연명의료가 여전하다.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3층 중환자실에 들어서자 환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각종 기계음이 귀를 자극한다. 환자 22명 중 절반 정도가 인공호흡기·튜브·호스 등 4~5개의 보조장치를 달고 연명하고 있다. 장치를 떼면 바로 사망에 이른다. 한 바퀴 돌아도 기자와 눈을 맞추는 환자가 없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존엄사를 뒷받침할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내년 2월 국회 제출
"죽을 권리 제도적 보장 의미"

  현재 전국에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는 1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한 해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사람만 3만 명이 넘는다. 이런 관행을 바꿀 법률 초안이 마련됐다.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6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연명의료 환자 결정권 제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방안’ 공청회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 초안을 공개했다.



연세대 손명세 보건대학원장은 “환자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당하던 죽음에서 이제는 맞이하는 죽음으로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국민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을 통해 존엄하게 죽겠다고 서약한 사람만도 1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가 법률 초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복지부는 내년 2월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해 상반기에 통과되면 실무 준비를 거쳐 2015년 시행할 방침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단기간 내에 숨질 것으로 보이는, 회복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대상으로 정했다.



중단 의료행위는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다. 환자 의사 확인 장치로 사전의료의향서 등을 공식문서로 간주한다. 의식 불명에 빠지기 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표시한 문서다. 의사와 같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도 마찬가지 효력을 갖는다. 이런 문서가 없으면 가족을 통해 연명의료와 관련한 환자의 평소 언행을 추정한다. 이마저도 없으면 가족 전원 합의로 대리결정한다. 법률안은 벌칙 조항을 넣어 강제력을 부여했다. 연명의료 중단 상담 절차 이행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사전의료의향서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의사협회·의학회·국회 등이 나서 존엄사 입법화를 시도했지만 종교계·윤리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법률안은 다르다. 사회적협의체·국가생명윤리위원회 등의 논의 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미국은 7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가 자연사법을 만들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하고 있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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