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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값 폭등 … 진짜 돈 될까

중앙일보 2013.11.29 00:54 종합 2면 지면보기
사이버머니인 비트코인(Bitcoin) 값이 치솟고 있다. 28일 1비트코인 값은 1094달러(약 116만원)까지 거래됐다. 하루 전 900달러에서 21%나 뛰었다. 1000달러 돌파는 2009년 첫선을 보인 지 4년 만이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78배 이상 뛰었다. 지난주 미국 상원 청문회 전후 오름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78배, 하루 사이 21% 폭등
발행 4년 만에 1000달러 돌파
미 Fed "화폐 인정될 수도" 언급
가짜 단속기관 없어 신뢰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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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통신은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찬반양론이 충돌했다”며 “그런데 미 연방준비제도(Fed) 쪽이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혀 기름을 부었다”고 전했다. 그 바람에 이런저런 해프닝도 뉴스가 됐다. 이날 영국 가디언지는 “웨일스에 사는 제임스 하월스가 망가진 노트북을 무심코 버린 바람에 7500비트코인을 잃고 망연자실했다”고 보도했다. 822만 달러(약 87억원)에 이르는 사이버머니를 잃은 셈이다.



 비트코인 값 급등은 거품 논란으로 번졌다. 버블 지적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1비트코인 가치는 2010년 초만 해도 4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4년 만에 약 2만7000배 뛰었다. 숫자 0과 1로만 형성된 디지털 신호의 값이 황금 덩어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은 암호화된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 2009년 1월 일본식 이름인 나카모토 사토시로 알려진 소프트웨어 개발자 겸 수학자가 처음 만들었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떠다니고 있는 비트코인 지갑을 내려받을 수 있다. 등록 절차를 거친 뒤 컴퓨터로 수학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문제 풀기 1회당 50비트코인씩이다. 수학문제 푸는 게 마땅찮으면 인터넷 거래소에서 돈 주고 사면 된다. 비트코인 거래소 설립은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소는 50개가 넘는다. 중국에만 17개가 몰려 있다. 한국에도 올 4월 거래소 코빗(Korbit)이 설립돼 시범 운영 중이다. 코빗에서의 비트코인 거래액은 하루 3억원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초기엔 익명성 때문에 돈세탁 등에 활용됐지만 요즘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거래에까지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값이 뛰는 바람에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들이 비트코인 사재기에 열광하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와는 좀 다르다. 중앙은행처럼 경제 상황에 맞춰 비트코인 발행량 등을 조절하는 기관이 없다. 다만 비트코인은 앞으로 100년 동안 2100만 비트코인(약 225억3000만 달러)까지만 채굴되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공급 제한은 요즘 비트코인 값이 뛰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이미 가짜 비트코인이 나돌 정도다. 따로 단속하는 기관이 없어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정식 돈으로 자리 잡기 힘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이다.



 반면에 타임지는 “돈의 역사와 개념 등에 비춰 비트코인을 완벽한 화폐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 법정 화폐의 어머니인 은행권(Bank Note)도 서유럽에서 본격화할 때인 18세기 초엔 ‘믿을 수 없는 물건’으로 취급됐다. 그때 정식 돈은 왕이나 제후가 발행한 금화나 은화였다. 반면에 종이돈은 은행들이 찍어낸 증서나 다름없었다. 위조 은행권이 마구 나돌기도 했다. 발행량을 조절하는 기관이 없어 어떤 때는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금화나 은화와 견줘 은행돈 가치가 치솟았다.



 반대로 종이돈이 너무 많이 발행돼 값이 폭락하는 일도 잦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171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미시시피 버블이다. 서방 역사상 최초로 발행된 프랑스 법정 화폐 때문에 집값 등이 치솟았다. 수많은 백만장자가 탄생했다. 이 실험을 주도한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는 거품이 붕괴된 뒤 악당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요즘 그는 현대 법정 화폐 시스템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인 통화이론가인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올여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비트코인은 은행권 초기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며 “정부가 화폐 발행 독점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트코인을 공격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정식 화폐로 구실하고 있을 비트코인이나 비슷한 시스템을 보고 우리가 깜짝 놀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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