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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호랑이" 지적에 발끈한 중국

중앙일보 2013.11.29 00:52 종합 3면 지면보기
“미군 비행기가 방공식별구역을 (사전통보 없이) 비행했고 일본은 중국의 관련 공고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종이호랑이(紙老虎)’로 인식되는 것을 걱정하는가.” 27일 오후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나온 외신기자의 질문에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의 얼굴이 상기됐다. 그리고 격앙된 목소리로 답했다. “종이호랑이라는 말에는 특별한 함의가 있는데… 당신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언급한 ‘종이호랑이’가 무슨 의미인지 조사해보는 게 좋겠다.”


미·일 방공구역 무시 관련 질문에
외교부 "마오쩌둥 발언 뜻 잘 봐라"

 시간을 67년 전으로 돌려보자. 1946년 8월 6일 국공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취재차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에 들른 미국의 안나 루이스 스트롱이 마오에게 물었다. “미국이 원자폭탄으로 소련을 공격하면 국제정세는 어떻게 될까.” 스트롱은 미국의 진보작가이자 프리랜서 기자로 중국을 수십 차례 오가며 취재해 중국의 입장을 세계에 알렸다. 마오가 웃으며 답했다. “원자폭탄, 그거 장제스(蔣介石)를 돕는 미국의 반동파들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지. 원자탄은 대량 살상무기야. 그런데 전쟁의 승패는 한두 개 신무기가 아닌 인민의 정신력으로 결정되는 거야.”



 결국 친 대변인 답변은 종이호랑이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인민해방군의 공중감시통제시스템 발전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 쿵징(空警)-200과 쿵징-2000 등 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를 공개했으며 이달 초에는 쿵징-500으로 알려진 차세대 조기경보기까지 개발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중국이 ‘종이 호랑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쭤라이(吳祚來)라는 네티즌은 28일 신랑(新浪)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미군 폭격기가 보란 듯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데 전투기가 대응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종이호랑이임를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면전에서 방공식별구역의 부당성을 지적할 예정이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전화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왜 오랫동안 유지해온 현상 유지(status quo)를 깼는지, 방공식별구역으로 왜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는지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중국을 종이호랑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금 큰형님(미국)이 힘으로 둘째(중국)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형국인데 국방부가 침착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 외교는 실력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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